급하게 집 계약했다가 낭패 볼수도
무턱대고 마이너스대출 받지 말고
대출 얼마 나오는지 미리 확인해야
7월부터 스트레스 DSR 3단계 … 은행 대출창구서 상담 받아보니
"지금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3억원 정도 나오지만 7월부턴 대출 가능 금액이 3억원이 안 될 겁니다.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정부로부터 내려오지 않았지만 대략의 추측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소재 한 은행의 대출 창구. 기자는 은평구에 위치한 KB시세 7억3500만원짜리 전용면적 59㎡인 A아파트를 구입 희망 주택으로 제시했다. 은행 창구 직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는 일단 5억33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DSR을 적용해 계산해보겠다"고 했다.
기자는 근무소득이 발생한 지 5년이 넘었고, 기존 대출이 없었으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이었다. 또 규제가 강한 강남 3구와 용산이 아닌 은평구에서 주택을 고른 것이 반영됐다. 이를 기반으로 DSR까지 적용해 원금 균등 상환 조건으로 계산하니 3억원 정도 대출이 가능했다. DSR은 39.83%였다.
다만 7월부터는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서 이 금액이 2억8000억원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은행에선 설명했다. "당장 모아둔 금액으로 주택 구입은 어려운데, 급한 대로 마이너스통장이라도 우선 마련할까요?"라고 물었다. 은행 직원은 "마이너스통장을 받은 만큼 주담대 한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규제 시행을 앞두고 내가 지금 얼마나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DSR은 대출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을 통해 개인이 1년간 갚아야 할 금액이 연봉의 몇 %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원리금 상환액이 커지거나 소득이 작아지면 DSR은 커지고, 그만큼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대출에는 주담대,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현재 은행권은 DSR 40%, 저축은행에선 5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DSR 40%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개인의 연봉 4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스트레스 DSR은 실제 금리에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더해 DSR을 계산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제도다. 실제 금리보다 높은 가산금리로 DSR을 산정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커지고, 동일한 DSR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 규모는 줄어든다. 향후 금리가 올라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을 때도 차주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미리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기 위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3단계 DSR 세부 시행 방안을 확정했다. 지방에 대한 대출 규제는 그대로 두되, 수도권 규제는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오는 7월부터 수도권에서 대출 한도는 3~5% 줄어든다. 수도권에서는 은행권·제2금융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기타 대출에 2단계보다 0.3%포인트 높은 1.5%포인트 가산금리가 일괄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지방 대출 한도에 대해 오는 12월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한 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방에선 현재 0.75%포인트 스트레스 금리가 한동안 유지된다.
상품별로도 스트레스 금리는 달라진다. 현재 변동형·혼합형·주기형 대출에 가산금리 반영 비율은 변동형 100%, 혼합형 60%, 주기형 30%다. 7월부터는 혼합형과 주기형 비율이 80%, 40%로 높아진다. 이 경우에도 여전히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보다 더 많은 한도를 제공한다. 금리 인하기 변동형 상품에 금융소비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년에 1억원을 버는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30년 만기 변동금리로 대출(대출 금리 4.2%·원리금 균등 상환)을 받는 경우 7월부터는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2000만원 줄어든 5억7400만원이 된다. 혼합형 상품에 가입한다면 3300만원(6억2700만원→5억9400만원), 주기형은 1800만원(6억5300만원→6억3500만원)이 감소한다. 한도가 많이 필요하다면 주기형 선택이 가장 유리하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금융소비자들은 우선 심사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부터 만들어 놓고 있다. 지난 9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달 5일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3260억원으로 지난 5월 말과 비교해 3976억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40조210억원을 기록한 작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다만 앞서 기자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DSR에는 마이너스통장 등도 한도에 포함되기 때문에 오히려 주담대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일부 은행에선 이처럼 불안한 고객을 잡기 위한 다양한 영업 방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출 만기를 서울 등에서 30년까지만 되던 것을 40년으로 연장했다. 만기가 늘어나면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 도입으로 줄어들었던 대출 한도가 다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가 이럴수록 꼼꼼하게 자신의 대출 여력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당장 규제 시행을 앞두고 급하게 준비 없이 계약을 진행하거나 우선 대출을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늘고 있지만,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주담대 한도에 영향을 미친다. 주담대를 받을 때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포함해 DSR이 계산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현재 활용 가능한 자금과 받을 수 있는 주담대 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출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기준금리가 하향 추세에 있고, 시장금리도 떨어지는 상황이라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매월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한도가 많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며 "규제가 7월에 강화된다 해도 이를 만회할 만큼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 금리도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대출 한도가 지금 시점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당장 마음에 드는 주택은 있지만 대출이 잘 안 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으나, 은행 등에 방문해 자신의 대출 여력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우선 계약해두고 대출이 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값의 30% 이상을 빚으로 부담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자신의 금융 상황 등을 잘 고려해 대출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7월 규제가 그대로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그 이전에 대출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주택 마련 필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7월 이전에 주담대를 받는 것이 대출 총액 측면에선 유리하다"며 "DSR을 처음 도입한 당의 정부가 새로 들어선 만큼 DSR이 다시 유예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