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투자로 연 10% 이상 고수익 올릴 능력 있기 때문
투자로 큰돈을 번 A가 있다. A는 지난해 억대 세금을 낼 일이 있었다. 10억 원에 가까운 액수였다. 액수가 크다 보니 최대 10년까지 분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눠서 낼 경우 이자를 지불해야 했다. 연이율은 3%대였다.A는 10년 분납을 신청했다. 1년에 1억 원 정도씩 10년간 내기로 했다. 추가되는 이자는 약 2억 원이었다. A의 주변 사람들은 A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A에게 당장 세금 낼 돈이 없다면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분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A에게는 세금 낼 돈이 있었다. 그런데 왜 아까운 이자를 부담하면서까지 분납을 하려 하는가. 주변 사람들은 돈이 있는데도 굳이 3%대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는 A를 보며 의아해했다.
돈 있는데 왜 세금 분납하나
마찬가지로 투자로 돈을 번 B가 있다. B는 서울 강남 아파트에 월세로 살고 있다. 한 달 월세는 수백만 원대다. 마찬가지로 B의 주변 사람들은 B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 집을 살 돈이 없어 월세로 지낸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B는 월세로 거주 중인 아파트를 살 돈이 있다. 대출을 전혀 받지 않아도 그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B는 아파트를 사지 않고 월세로 지낸다. 집을 매입하기 싫은 거라면 전세로 살아도 되는데, 전세도 시도하지 않는다. 매달 수백만 원 돈을 아깝게 월세로 지출한다. B의 부모는 B에게 월세로 살지 말고 집을 매입하라고 충고하지만 B는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돈을 버는 능력, 돈을 관리·보전하는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돈을 불리는 능력이다. 가진 돈을 기반으로 돈을 계속 불려 나가는 능력이 핵심이다.
성경 마태복음 25장에는 유명한 달란트 비유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면서 하인 3명에게 각각 금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씩을 맡겼다. 금 5달란트, 2달란트를 받은 하인 2명은 그 돈으로 장사해 돈을 불렸다. 그런데 1달란트를 받은 하인은 그 돈을 고이 갖고만 있다가 그대로 주인에게 돌려줬다. 주인은 돈을 불린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반대로 돈을 보관만 한 하인에게는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나는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라며 그의 1달란트를 빼앗아 10달란트를 가진 하인에게 줘버렸다. 이 달란트 비유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건 돈을 잃지 않게 관리하는 것보다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을 훨씬 더 가치 있게 여긴다는 점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능력, 그게 인간 사회에서 잘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이고, 부자가 점점 더 큰 부자가 되는 근본적 원리다.
1억 원 현금이 있다고 치자. 이 돈을 1년 동안 얼마로 불릴 수 있는가. 앞으로 5년 동안 어느 정도 평균 수익률을 낼 수 있는가. 기준점은 3개다. ①물가상승률(연 2~3%) 이하 수익률 ②물가상승률과 은행권 대출금리(연 5~7%) 사이 수익률 ③대출금리 이상 수익률이다.먼저 물가상승률 이하 수익률을 내는 경우다. 연 1~2%로 돈을 불리기는 쉽다. 은행에 예금을 하면 된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이하로 수익을 내는 건 실질적으로 돈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실질자산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재산을 늘리려면 일해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노동으로 돈을 벌기가 점점 더 어렵다. 결국 어느 순간 노동 수입이 없어지면 그때부터는 재산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에는 한때 부자였다고 해도 계속 부자로 남기 어렵다. 점점 더 큰 부자가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둘째는 물가상승률보다 높지만 대출금리보다는 낮은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다. 이때는 실질자산 규모가 줄지는 않고 조금씩 늘어난다. 그러나 자기 돈으로만 자산을 늘릴 수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의 돈을 이용하지는 못한다. 생활비 등으로 돈을 빼거나 하면 실제로는 돈이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자로 남기는 하겠지만, 점점 더 큰 부자는 되기 힘들다.
셋째는 대출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다. 이때는 빌린 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고도 수익이 난다. 그러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등 소위 ‘레버리지’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 정말 돈으로 돈을 버는 단계가 되는 것이다. 부자가 점점 더 큰 부자가 된다.
A는 지금 당장 10억 원 세금을 낼 수 있지만 연 3%대 이자를 부담하면서 10년간 나눠 내기로 했다. A가 투자 등으로 연 3%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면 이건 잘못된 결정이다. 이자를 부담하지 않고 빨리 내는 게 맞다. 하지만 A가 그동안 계속해서 연 3% 이상 수익을 내왔다면 A의 결정은 맞다. 돈을 운용해 3% 이상 수익을 얻고, 그 수익금으로 이자를 내면 A에게는 더 큰 이익이다. A의 주변 사람들은 연 3%대 수익을 자신할 수 없어 지금 당장 세금을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연 3% 이상 수익을 얻을 자신이 있는 A는 세금을 늦게 내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이다.
B는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충분한 돈이 있는데도 월세로 산다. 한국에서 아파트 월세는 보증금까지 고려했을 때 연 3~5% 수준이다. 자금을 운용해 이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없다면 월세로 살지 않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맞다. 하지만 5%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월세로 살면서 돈을 운용하는 게 정답이다. 아파트를 사두면 아파트 가격이 올라 수익이 생길 테니, 그래도 아파트를 사는 게 맞지 않을까. 지난 30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 상승률은 연 7% 정도다. 장기적으로 연 7% 수익을 올릴 수 없다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맞고, 그 이상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다면 매입하지 않는 게 맞다. 그래도 강남 아파트는 무조건 사두는 게 이익 아닐까. 강남 아파트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이 올라 30년간 연 10% 상승했다. 연 10%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면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는 게 좋고, 연 10% 이상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그냥 월세로 사는 게 답이다. 투자로 연 10% 이상 수익을 얻어온 B는 강남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다. 그게 본인에게 더 큰 이익이기 때문이다.
낼 돈 미룰수록 이익인 사람들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자가 점점 더 큰 부자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돈을 이용해 대출금리 이상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사람만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지금 제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돈을 이용해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수익률을 올릴 수 없는 사람은 실질자산이 감소한다. 물가상승률과 대출금리 사이 수익률만 올리는 경우도 재산은 유지하겠지만 점점 더 큰 부자가 되진 못한다.
여기서 돈을 이용해 돈을 번다는 말은 꼭 주식이나 부동산 등 투자만 뜻하는 건 아니다. 가진 돈을 자본금 삼아 사업으로 돈을 불리는 것도 포함된다. 어떤 식으로든 돈을 활용해 더 큰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지가 중요하다. 이건 자본주의 사회냐 아니냐도 상관없다.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과거 봉건사회, 조선 사회에서도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수중에 1억 원이 있다면 연간 몇 %까지 돈을 불릴 수 있는가. 만약 20%대라면 워런 버핏 수준의 세계적인 부자가 될 수 있다. 10%만 돼도 한국에서 최고 부유층이 될 수 있고, 5%만 넘어도 충분히 부자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가진 돈이 점점 늘어나는 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바로 이런 능력이고, 이 능력을 갖추면 점점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최성락 박사는… |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93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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