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트럼프 대통령발 관세전쟁이 미국의 옥수수, 대두 등 농산물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 수입을 대폭 줄이고, 아르헨티나·브라질 등으로 수입을 다변화하면서다.
이같은 무역 지형 변화는 한국에까지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옥수수, 대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수입처 다변화 및 대체 품목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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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옥수수(사진=연합뉴스) |
14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당선이 확정된 지난 2024년 말부터 중국은 미국산 옥수수와 대두의 예약 구매를 취소했고, 올해 1월 이후에는 예약 구매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미국산 닭고기 수입은 1년 전 대비 80%, 면화는 90% 감소했다. 옥수수는 지난해 1분기 대비 무려 99%나 급감했다.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는 2017년 40%에서 지난해에는 20%까지 낮아졌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은 아르헨티나 수출업체와 약 9억 달러 규모의 대두, 옥수수, 식물성 기름의 구매 의향서를 체결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마찰에 대비해 일찌감치 농산물 수입처 다변화해 온 것으로, 미국 농산물 업계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선물 거래에서도 중국의 수입 감소가 드러나고 있다. 선물 거래소 CME 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년 시즌 동안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대두 선물을 전혀 구매하지 않았다. CME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중국은 2024·2025년 시즌에 2000만~2200만 t(톤)의 대두를 수입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으나, 여러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미국산 농수산물 수입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CME 그룹은 지난해부터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늘려왔으며, 2025년에는 브라질의 대두 생산량 증가로 인해 중국의 수요를 대부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대두를 수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된다.
한국 옥수수·대두 해외 의존도 높은데…수입 차질 우려
문제는 이 같은 수급 변화가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이 줄어들면, 전체적으로 극동아시아행 농산물 선복도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한국이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기 위한 선복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산 옥수수 및 대두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한국 옥수수 수입 시장에서 미국은 3위 수입국으로 250만 톤, 전체 수입량의 22%를 공급했다. 대두의 경우 지난해 미국에서 총 58만t을 수입했는데, 이는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또 브라질산 대두의 예상 생산량이 중국 수요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 한국이 브라질산 대두를 확보해 수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22년도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대두의 국내 자급률은 7.7%에 불과해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식품 및 산업에 폭넓게 활용…“수입처 다변화해야”
대두는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돼 우리 생활에 폭넓게 활용된다는 점에서 수입 감소로 인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두는 주로 탈지대두박 형태로 가공돼 배합사료의 주요 원료로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기름은 정제해 식용유로 활용된다. 또 한식에 많이 사용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와 두부, 두유를 제조하는데 핵심적인 원료로 쓰인다.
대두와 옥수수는 잘게 분쇄돼 가금류와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며, 이는 국내 축산물 가격 형성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정제과정을 거쳐 바이오 디젤과 바이오 에탄올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자원으로 꼽힌다.
코트라 관계자는 “대두와 옥수수를 포함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고려해, 글로벌 생산 동향 및 수급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입처 다변화 및 대체 품목 발굴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