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교통사고 후유증을 딛고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며 우승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희정. 정작 본인은 “이제 우승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톱10이나 톱5을 목표로 하고 꾸준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사진제공 | KLPGA
루키 시즌이던 2019년 무려 3승을 거두며 대형 신인 탄생을 알렸던 임희정(25·두산건설)은 2021~2022년 2년 연속 인기상을 수상하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간판 스타로 군림했다. 동료 선수들이 가장 닮고 싶은 ‘완벽한 스윙’의 소유자란 평가도 받았다.
2021년 국민쉼터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 이어 2022년 6월 한국여자오픈에서 통산 5승을 달성했지만 그 이후론 우승 소식이 끊겼다. 한국여자오픈을 앞둔 4월 교통사고를 당했고, 온전치 않은 몸 상태에서 출전을 강행해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지만 어쩌면 그게 패착이었는지 모른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굳어 쉽게 풀어지지 않고, 예전보다 피로를 더 느끼는 등 교통사고 후유증이 의외로 오래가면서 ‘완벽했던 스윙’에도 균열이 생겼다.
2023시즌 준우승 1번을 포함해 톱10 7번을 마크했지만 지난해에는 30개 대회에 출전해 17번 본선에 올라 톱10 4번에 그쳤다. 5위 안에는 단 한 번도 들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임희정은 이제 옛 모습을 찾기 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남다른 승부욕으로 무장한 임희정은 역시 달랐다. 2025시즌을 앞두고 절치부심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여자오픈으로 획득한 3년 시드의 마지막 해.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내년 정규투어에서 뛸 수 없다는 말이다.
부담감 탓인지 초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첫 5개 대회에서 2번의 컷 탈락을 포함해 2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반전 계기가 된 건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이었다. 6위로 첫 톱10에 진입하더니 이후 5개 대회 연속 톱10을 작성했다. 지난주 더헤븐 마스터즈에선 시즌 최고인 3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올 시즌 성적은 12개 대회 출전에 3위 1번 포함 톱10 6번. 우승 없이 대상 10위(168점), 상금 19위(2억6245만 원)다.
상금 60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시드는 이미 확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커트라인 1억6678 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오랜 우승 갈증을 풀어낼 수 있을지 여부로 관심이 모아진다. 우승을 하면 최소 2년 이상 시드도 손에 넣는다.
오랜 교통사고 후유증을 딛고 최근 상승곡선을 그리며 우승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희정. 정작 본인은 “이제 우승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톱10이나 톱5을 목표로 하고 꾸준한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사진제공 | KLPGA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컨디션 영향을 덜 받고, 코스 안에서 공을 잘 몰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최근 상승세 비결을 털어놓은 임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교통사고 후유증에 대해 “한참 체력이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70% 정도 회복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라운드가 끝나면 다음 날 컨디션이 안 좋아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는데 지금은 몸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대회 마지막 날까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우승이 아니면 소용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꾸준히 상위권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톱10이나 톱5를 목표로 감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27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평창에 있는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총상금 10억 원·우승상금 1억 8천만 원)에 출전하는 임희정은 “버치힐은 핀 위치에 따라 라운드마다 전략을 잘 세워야 하는 코스”라며 “최근 퍼트감이 좋아져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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