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누가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랐다”…환자 결정 땐 의료비 14%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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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중환자 치료를 위해 혈액투석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명의료에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이 포함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의료진이 중환자 치료를 위해 혈액투석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연명의료에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이 포함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환자가 직접 결정했는지, 가족이 대신 결정했는지에 따라 치료 강도와 의료비가 달라진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가 스스로 의사를 밝혀둔 경우에는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과 의료비가 모두 감소한 반면, 가족이 대신 결정한 경우에는 오히려 두 지표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송인애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0~2023년 전국 중환자실 입원 성인 환자 118만9042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서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기 위해 시행하는 의료행위를 말한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체외생명유지술(ECMO)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건강한 성인은 미리 자신의 의사를 남기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고,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을 거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 두 문서 모두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 본인의 뜻을 남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작성 시기와 대상은 다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잃은 뒤 가족이 대신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의 약 55.7%는 가족이 내렸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 교수(좌), 송인애 교수(우)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 교수(좌), 송인애 교수(우)
연구팀은 연명의료 관련 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를 기준으로,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와 가족이 대신 작성한 경우를 비교했다.그 결과 환자가 직접 결정한 그룹은 문서가 없는 환자보다 인공호흡기 삽관이나 체외생명유지술 등 침습적 연명의료를 받을 가능성이 약 30% 낮았다(OR 0.7). 중환자실 입원 후 90일 안에 사망한 환자만 분석했을 때는 그 가능성이 약 57% 낮아졌다(OR 0.43).반면 가족이 대신 결정한 그룹은 침습적 연명의료를 받을 가능성이 문서가 없는 환자보다 약 2.35배 높았다.

의료비도 차이를 보였다. 환자가 직접 결정한 그룹의 하루 평균 의료비는 문서가 없는 환자보다 약 14% 낮았지만, 가족이 결정한 그룹은 오히려 약 4%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과 불확실성 속에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연명의료를 시행했는지 여부를 넘어 누가 연명의료를 결정했는지가 실제 치료 강도와 의료 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전국 단위 빅데이터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오탁규 교수는 “연명의료 유보·중단은 환자 본인이 자신의 가치와 선호를 표현할 수 있을 때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환자가 가족, 의료진과 미리 자신의 뜻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호흡기·중환자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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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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