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대출보다 '이것' … 2030 주택 구입 자금 조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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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14 07:00 수정2025.10.14 07:00

영끌대출보다 ‘이것’ … 2030 주택 구입 자금 조사해보니

청년 주택 구매자 자금조달 분석
20~39세 무주택자 960가구 조사
가계대출 100만원 늘어날수록
주택 구매확률 1.5% 증가

수도권선 대출보다 부모 지원 늘때
생애 첫 주택 구입 가능성 높아져

청년 세대가 서울 아파트를 사는 것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집값은 오르고, 대출은 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이럴 때 부모의 금전적 도움은 청년에게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후빈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한국부동산원이 펴내는 학술지 ‘부동산분석’에 게재한 ‘패닉바잉(공포 매수) 시기 청년세대 주택구매자의 자금조달 분석’에 따르면 ‘부모 찬스’는 은행 대출보다 청년 세대의 주택 구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기 소득과 자산에 각종 대출을 최대로 받아 집을 사는 ‘영끌’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분석 기간은 2020년 상반기부터 2021년 하반기까지다. 전국적으로 집값이 급등하며 패닉 바잉이 벌어졌을 때다. 당시 20~30대의 주택 구입이 두드러졌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매수자 중 19~39세 비중은 2020년 34.8%, 2021년 36.3%로 뛰었다. 이전 2015~2019년은 평균 31.1%, 이후 2022~2024년은 평균 33.1%였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논문은 이때 20~30대 청년층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 생애 최초로 집을 샀는지 자기 자금, 가계 대출, 자산 이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조사했다. 표본은 2020년 기준 가구주 연령이 20~39세이면서 무주택자에 해당하는 960가구다. 조사 기간 집을 산 가구는 74가구로 표본의 7.7%였다.

가구원수·소득·지역 등의 요인을 통제했을 때 가계 대출이 100만원씩 늘어날수록 주택 구매 승산(주택 구매 확률/주택 미구매 확률)은 1.5%씩 증가했다. 부모로부터의 자산 이전이 100만원씩 늘어날 때는 승산이 1.1%씩 커졌다. 반면 자기 자금이 승산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물론 집 구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상승 전망 가구는 비상승 전망 가구보다 주택을 구입할 승산이 78.1% 높았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불안은 청년층이 집을 사려는 마음을 먹게 만들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은 대출과 부모의 도움이란 뜻이다.

다만 수도권에선 지방보다 가계 대출이 주택 구입 승산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똑같이 대출받아도 수도권은 집값이 지방보다 높고, 규제도 강해 집을 사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논문은 패닉 바잉 시기에 수도권에선 가계 대출보다 부모의 도움이 주택 구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부모의 재력이 청년층 수도권 주택 구입의 핵심 자금 조달원이라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아파트 전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아파트 전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뉴스1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18세 이하 미성년자의 서울 집합건물 매수는 2020년 395명, 2021년 485명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부모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자녀에게 집 한 채 마련해주려고 나선 결과다.

이 같은 패턴은 올해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성년자의 서울 집합건물 매수는 지난 7월과 9월에 올해 가장 많은 각각 17명을 기록했다. 9월까지 누적 11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97명)보다 많았다.

20~30대의 매수 비중도 올해 1월(30.7%)과 2월(31.9%)을 저점으로 오르는 추세다. 지난 8월엔 20대 803명과 30대 5343명 등 6146명이 서울에서 집합건물을 매수해 20~30대가 전체 매수자의 37.8%에 달했다.

6월 말부터 수도권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지만, 20~30대 매수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자력으로 산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부모의 도움을 받은 상위 계층 청년이라고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패닉 바잉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는 부모 찬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패닉 바잉에 대한 정책 대응은 기존의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의 자산 이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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