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지역 순회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공고한 ‘독주 체제’를 증명했다.
총 4번의 지역 순회경선이 절반만 남은 상황에서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89.56%에 달한다. 압도적 표심을 등에 업은 이 후보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8명의 후보가 경선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중이다. 지난 주말 양일간 A조와 B조의 토론이 이어졌지만, 이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외신 인터뷰와 윤 어게인에 쏠렸다. 국민의힘 경선이 제대로 힘을 못 받고 있다는 평가가 21일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꺼지지 않는 대선 출마 불씨에 후보 경선에 집중해야 할 당내가 다소 어수선하다는 지적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믿는 자유 진영이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오늘 국민의힘은 당의 문을 다시 활짝 열겠다”고 밝혔다.
당을 떠났던 사람, 다른 정당에 몸담았던 사람의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 받아들이겠다는 것인데, 이 후보를 견제할 목적으로 출당 인사 등을 끌어모아 반명(반이재명) 빅텐트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빅텐트 포섭을 위해) 특정 인물을 염두한 것이냐’는 질문에 “딱히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지만, 한 권한대행이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대항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배제가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거론된다.
신 대변인은 “보통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당을 떠났던 분도 기회를 드린다”며 “큰 선거에서 기여하면 복당 기회를 드리는 건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이번에도 그런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는 10.6%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46.1%)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자인 홍준표 후보 9%, 김문수 후보 8.2%, 한동훈 후보 8.1%였다. 한 권한대행의 당선 가능성은 이재명 후보(53.1%) 바로 다음인 12.1%였다.(무선 자동응답 100% 방식. 응답률 6.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타도’를 외치는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란 최종 목적을 위해서라면 ‘한덕수 카드’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앞서 전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 기사에서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노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해 여전히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전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것을 두고 사실상 대선 후보 행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을 포함해 당 내부는 경선이 진행되고 있는데 외부 인사의 출마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 반면 반기는 입장도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전일 토론회 이후 기자들에게 “한 권한대행의 행보가 조금 아쉽다. 한마디로 당당하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많은 국민들이 한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마음이 표현되고 있는데, 한 권한대행이 좀 더 당당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전일 대구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요즘 좀 잠잠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있다”며 “한덕수가 아니라 김덕수 등 누구라도 이재명을 꺾는다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는 전일 기자들에 “경선이 밋밋하게 돌아가는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국민적 흥미를 자아내니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나쁜 뉴스가 아니다”라고 한 데 이어 이날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빨리 (권한대행직) 그만두고 입당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탄핵 찬성파’인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총리는 당원도 아니고 경선에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우리 당의 국회의원 절대다수가 한 총리를 당의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 나서고 있다”면서 “그렇게 한다면 당의 경선 절차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한풀 꺾인 듯했던 ‘윤 어게인’도 국민의힘으로서는 골치다. 전일 김계리 변호사는 자신의 SNS에 윤석열 전 대통령, 배의철 변호사와 함께 식사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윤 어게인’ 신당 창당을 추진해온 김 변호사와 배 변호사는 창당 기자회견을 준비하다 국민의힘 측 만류에 회견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다시 윤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가 사진과 함께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석열 아버지).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하게)”이라고 글을 올려 이들이 재차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당 경선의 힘을 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이 대선 정국에 공개적인 정치 메시지를 내는 것을 우려하는 당내 분위기가 읽힌다.
다만, 비윤(비윤석열계)을 중심으로 중도 표심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 신당 창당이 차라리 당의 부담을 더는 길이란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