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공격에 '증시 패닉' 없어…"석유시설 타격 없다" 유가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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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이란 석유시설 >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 샤란 석유 저장소에서 15일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불타는 이란 석유시설 >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 테헤란 샤란 석유 저장소에서 15일 불길이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격화하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시장을 잠식했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원유·금·달러 등 주요 자산 가격도 요동쳤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시장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미 예견된 데다 이란의 보복 능력이 약화했고, 원유 공급에도 아직 차질이 없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유가 하락폭 줄어

예견된 공격에 '증시 패닉' 없어…"석유시설 타격 없다" 유가도 진정

이날 뉴욕증시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5% 이상 급등한 20.82를 기록하며 3주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1.79%), S&P500지수(-1.13%), 나스닥지수(-1.30%)가 모두 1%대 떨어졌다. 마켓워치는 이날 주가 하락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중동에서 일부 외교 인력과 병력을 철수시킨 조치는 이스라엘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한때 14% 넘게 뛰어오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이후 최대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란 석유시설이 타격받지 않았다는 소식에 오름폭이 축소됐고 결국 전날 대비 7.3% 오른 배럴당 72.98달러에 장을 마쳤다.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1.48% 오른 트로이온스당 3452.8달러에 마감했다. 두 달여 만에 다시 3400달러 선을 돌파했다. 달러인덱스는 0.22% 소폭 올라 98.14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4%로 전날보다 0.07%포인트가량 상승(국채 가격 하락)했다. AP통신은 “유가 급등이 미국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면서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오일쇼크’ 없을 것”

이날 국제 유가가 급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연초 수준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1970년대 석유파동처럼 대규모 에너지 가격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원유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가 대폭 줄었고, 미국이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다는 이유에서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가 아직 봉쇄되지 않았다는 점도 공급 차질 우려를 덜어준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으며 정점을 찍을 수 있지만, 이란 원유 공급이 회복되면 내년에 다시 60달러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 역시 지난해 이란과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을 당시 에너지 시설이 표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란의 군사력이 지난 1년간 크게 약화한 만큼 이란의 보복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동맹이자 대리 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궤멸했고, 이란은 경제난에 더해 군 수뇌부가 잇달아 제거돼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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