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에 기술이전한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의 계약을 확장하고, 새로운 계약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사진)는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5년 상반기 R&D 데이'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올릭스는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동시에 두 개 유전자를 표적 및 저해할 수 있는 'GalNAc-bi-asiRNA' 플랫폼을 공개했다. 기존 단일타깃 siRNA 기술을 넘어 심혈관·대사질환 등 복합질환 영역으로 적응증 확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어 “이 플랫폼을 활용해 릴리와의 기존 계약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듀얼타깃 기반 추가 계약 체결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릭스는 릴리와의 기존 계약에 추가 타깃 발굴 시 우선 협상권을 부여하는 옵션 조항을 포함시켰다.
터제파타이드와 OLX702A 병용 데이터…릴리가 미끼를 물었다
올릭스와 릴리의 인연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릭스는 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터제파타이드(상품명 젭바운드)와 OLX702A를 병용한 비임상 결과를 제시했다. 터제파타이드 단독투여 대비 병용투여군에서 지방간 감소와 대사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자, 릴리는 올릭스 플랫폼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협상은 급물살을 탔고, 약 3개월 만인 올해 2월 최종 기술이전 계약이 발표됐다.
켈리 킴 올릭스 사업개발(BD) 리드는 “처음에는 하나의 후보물질에 대한 논의로 시작했지만, 릴리는 플랫폼 전체를 평가했다”며 “듀얼타깃 확장성, 약효 지속성, 생산성까지 검토한 끝에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릴리와 계약한 OLX702A는 GWAS(대규모 유전체 연관 분석) 기반으로 발굴된 MARC1 유전자를 표적한다. MARC1은 간세포 내 지방 축적과 대사장애를 촉진하는 단백질로, 이를 저해하면 간섬유화 진행과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iRNA 치료제 선두주자 앨나일람과 애로우헤드 또한 GWAS 데이터에서 발굴한 또 다른 유전자(HSD17B13)를 표적으로 올릭스보다 먼저 임상개발에 나섰지만 결과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양사는 HSD17B13 유전자를 저해하는 siRNA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임상에 나섰으나, 간 지방량 감소와 섬유화 개선 양쪽 모두에서 유의미한 치료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반해 올릭스는 MARC1이라는 명확한 병리적 인과관계를 가진 타깃에 집중해, MASH(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탈모 치료제 기술이전 기대감…현장 분위기도 달아올라
이날 간담회에서는 탈모 치료제(OLX104C)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도 두드러졌다. 현장을 찾은 일부 주주들은 탈모 치료제 관련 계약 가능성에 대해 직접 질의하기도 했고, 올릭스 측은 조심스러운 답변으로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업계는 올릭스의 추가 라이선스아웃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OLX104C는 기존 미녹시딜이나 프로페시아와는 완전히 다른 기전의 탈모 치료제다. 미녹시딜은 혈관을 확장해 모발 성장을 유도하고, 프로페시아는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이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부작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반면 OLX104C는 모낭 내 안드로겐 수용체(AR) 발현 자체를 차단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탈모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남성형 탈모뿐만 아니라 여성형 탈모에도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기존 치료제의 성기능 장애 부작용 우려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OLX104C의 라이센서가 제약사가 아니라 소비재 기업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치료제가 아니라 샴푸, 스프레이, 두피 앰플 등 제품 형태로 상용화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올릭스는 기존 간 타깃 siRNA를 피부조직으로 직접 전달하는 약물전달플랫폼(cp-asiRNA )을 자체 개발해 확보한 상태다. siRNA에 지질을 붙여 소수성인 세포막을 투과할 수 있게 했다. 올릭스는 국소투여로 안드로겐 수용체 발현을 억제하는 siRNA를 모낭에 전달해 표적 유전자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보였다.
릴리로부터 계약금 베일 벗겨진다…글로벌 siRNA 리더로 도약 선언
올릭스가 릴리와 체결한 계약의 구체적인 계약금 규모는 현재까지 비공개다. 시장에서는 계약 규모에 대한 관심이 커져 있는 상황이다. 김영진 올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사업보고서가 발표되면 릴리로부터 수령한 계약금이 드러나 시장의 궁금증이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단, 계약금 전액이 1분기 보고서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올릭스는 릴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임상 1상의 진척도에 맞춰 계약금을 분할해 매출로 인식할 전망이다.
또한 OLX702A 임상 1상 이후의 개발비용은 릴리가 부담하기로 합의돼 있어, 올릭스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재무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기 대표는 ”올릭스는 앨나일람, 노보노디스크, 애로우헤드와 함께 세계 4대 siRNA 치료제 개발사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