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올해 1분기 가계 여윳돈이 전분기 대비 30조원 늘어나며 순자금운용규모가 93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기별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이러한 자금 증가 흐름은 △연초 상여금 유입 효과 등에 따른 소득 증가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소비 둔화 등의 영향이다. 다만 한은은 올해 2분기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일시 해제와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로 가계 여윳돈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
가계 여윳돈 92.9조…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부문 순자금운용 규모는 18조 5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41조원)보다 22조 5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순자금운용은 예금·채권·보험·연금 등 보유한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자금조달)을 뺀 금액으로 차액이 플러스(+)면 여유 자금이 있어 자금을 순운용, 마이너스(-)면 자금이 부족해 순조달한 것이다.
경제주체별로 살펴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규모는 92조 9000억원으로 직전 분기(62조 6000억원)보다 30조 3000억원 늘었다. 이는 분기별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로, 이전 최대치는 지난 2023년 1분기 92조 8000억원이었다.
자금운용 규모가 자금조달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순자금운용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가계 자금운용 규모는 101조 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0조원 늘었다. 금융기관 예치금과 지분증권·투자펀드 등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자금조달 규모는 아파트 신규입주물량 감소와 소비 둔화 등으로 전분기 대비 4000억원 줄어든 8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가계 여윳돈이 늘어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올해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4%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89.6%) 대비 0.2%포인트 낮아지면서 7개 분기 연속 내렸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2023년 2분기 94.1%를 시작으로 △23년 3분기(94.0%) △23년 4분기(93.0%) △24년 1분기(91.3%) △24년 2분기(90.4%) △24년 3분기(90.2%) △24년 4분기(89.6%)로 내림세를 이어갔다.
다만 올해 2분기는 토허제 일시 해제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현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자금순환팀장은 “2분기 가계여유자금 확대 상황에서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증가, 가계부채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GDP가 얼마나 증가할지는 모르지만 가계부채비율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
자료=한국은행 |
정부·기업, 연초 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
정부와 기업은 연초를 맞아 자금 조달을 위해 본격적인 채권 발행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정부와 기업 모두 전분기 대비 채권을 순발행 전환했다. 순발행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수치로 그만큼 채권 발행을 많이 했다는 의미다.
기업(비금융법인) 전체 순자금조달규모는 18조 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 5000억원 늘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 경제여건 악화로 투자둔화가 지속됐으나 상여금 지급 등 기업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해 순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순자금조달이 40조 2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6조 3000억원 늘었다.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국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금조달 부문이 순상환에서 순차입으로 전환했다.
김 팀장은 “통상 1분기는 정부가 미리 자금 조달을 통한 지출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달이 늘어나는 측면이 있다”면서 “비록 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전년 동기인 지난해 1분기 대비 줄었지만 2분기와 3분기 추경을 실행할 예정이라 앞으로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외 부문에선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에 따라 순자금 조달 규모가 18조 5000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22조 5000억원 줄었다. 거주자가 매입한 해외 채권, 주식 등이 늘어나면서 해당 기간 자금조달이 늘었지만 비거주자의 국내채권 투자가 증가하면서 자금운용이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1분기말 기준 우리나라 비금융부문(가계·기업·정부)의 순금융자산은 4617조 2000억원이며,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1.58배로, 전분기(1.59배) 대비 소폭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