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싸지?”…경매 초보가 피해야 할 권리 3가지 [집과법]

1 day ago 3

경매 물건 현장에 걸린 유치권 행사 현수막과 권리분석 자료. 전문가들은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경매 물건일수록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등 숨은 권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공지능(AI) 챗GPT 생성 이미지

경매 물건 현장에 걸린 유치권 행사 현수막과 권리분석 자료. 전문가들은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경매 물건일수록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 등 숨은 권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공지능(AI) 챗GPT 생성 이미지
시세보다 1억~2억 원 저렴한 경매 물건을 발견한 직장인 A 씨는 망설임 끝에 입찰에 참여했다. 감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낙찰을 받자 ‘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건물에는 공사업체가 점유한 채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업체 측은 “공사대금을 받을 때까지 죽어도 못 나간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낙찰받고도 건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추가 소송과 협상을 놓고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부동산 경매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권리분석 없이 뛰어들 경우 예상치 못한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경매 전문가들이 ‘초보자가 피해야 할 권리’로 꼽는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은 낙찰 후에도 부담이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경매에서는 대부분 권리가 낙찰과 함께 소멸하지만, 일부 권리는 예외적으로 낙찰자가 그대로 떠안게 된다”며 “시세보다 유독 싼 물건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이 왜 위험할까

경매 물건에 설정된 근저당권이나 가압류 등은 일반적으로 낙찰과 함께 소멸한다. 하지만 유치권, 법정지상권, 분묘기지권은 경우에 따라 낙찰자가 그대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유치권은 대표적으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자가 건물을 점유하며 행사하는 권리다. 낙찰자가 건물 소유권을 취득했더라도 유치권이 인정되면 곧바로 건물을 넘겨받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등기부에 기재되지 않는 비등기 권리라는 점이다.

엄 변호사는 “유치권은 등기부만 봐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유치권의 성립 여부나 공사대금 채권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낙찰자가 건물을 인도받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결국 낙찰자는 유치권자와 협상하거나 유치권 성립 여부를 다투는 소송에 나서야 할 수 있다. 그동안 낙찰받은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발생하는 권리다.

예를 들어 토지만 경매로 낙찰받았는데 건물 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면 토지 소유자는 건물을 철거할 수 없다. 땅은 내 소유지만 건물을 철거할 수 없어 개발이나 재건축 계획이 사실상 막힐 수 있다.

분묘기지권도 마찬가지다.

임야나 토지를 낙찰받았는데 오래된 묘지가 있다면 함부로 이장하거나 철거하기 어렵다. 개발 계획 자체가 막히거나 토지 활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엄 변호사는 “세 권리의 공통점은 권리의 존재 여부나 부담 규모를 낙찰 전에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등기부만 믿고 입찰했다가 예상치 못한 비용과 분쟁을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초보 낙찰자를 가장 많이 울리는 건 ‘유치권’

실무에서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권리는 유치권이다.

법정지상권이나 분묘기지권은 주로 토지나 특수물건에서 문제 되지만, 유치권은 상가, 공사 중단 건물, 신축 건물 등 다양한 물건에서 등장한다.

무엇보다 허위 또는 과장된 유치권 주장도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엄 변호사는 “유치권이 신고됐다고 해서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 공사대금이 존재하는지, 적법한 점유가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공사대금이 크지 않거나 이미 상당 부분 지급됐는데도 낙찰자와 협상하기 위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낙찰자는 유치권 성립 여부를 놓고 별도의 법적 다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 “유독 싼 물건”이라면 한 번 더 의심해야

전문가들은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물건은 반드시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위험 신호로는 ▲여러 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크게 떨어진 물건 ▲매각물건명세서에 ‘유치권 신고 있음’ 또는 점유자 관련 내용이 기재된 물건 ▲토지와 건물 중 하나만 경매로 나온 물건 ▲분묘가 존재하는 임야 ▲등기부상 소유자와 실제 점유자가 다른 물건 등이 꼽힌다.

특히 매각물건명세서의 비고란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엄 변호사는 “매각물건명세서 비고란은 법원이 낙찰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사항을 적어두는 곳”이라며 “무심코 넘겼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유치권이나 법정지상권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꺼려 가격이 크게 떨어진 물건 가운데는 권리관계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사람에게 오히려 기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엄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부담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느냐”면서 “유치권 채권액이나 권리관계가 어느 정도 확정돼 숫자로 계산이 가능하면 검토해 볼 수 있지만, 부담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면 초보자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 경매 초보가 꼭 확인해야 할 3가지

전문가들은 초보자라면 최소한 세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말소기준권리와 인수 여부다. 어떤 권리가 낙찰과 함께 사라지고, 어떤 권리가 그대로 남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선순위 임차인과 배당요구 여부다. 선순위 임차인이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낙찰자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서·감정평가서를 직접 읽어보는 것이다. 유치권 신고, 점유 관계, 제시 외 건물 등 중요한 정보가 대부분 이 문서에 담겨 있다.

엄 변호사는 “이 세 가지만 꼼꼼히 확인해도 치명적인 손해를 보는 경우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며 “경매에서는 싸게 사는 것보다 낙찰 후 떠안게 될 부담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팩트필터|경매 초보가 주의해야 할 권리

· 유치권은 등기부에 기재되지 않는 비등기 권리다.
· 법정지상권이 있으면 토지를 낙찰받아도 건물을 마음대로 철거할 수 없다.
· 분묘기지권이 있으면 묘지 이전이나 개발이 제한될 수 있다.
· 시세보다 지나치게 싼 물건은 권리관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매각물건명세서 비고란은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 부담 규모를 계산하기 어렵다면 초보자는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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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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