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한국 미용실'에 푹 빠지더니…'8000억'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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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 K뷰티 마피아가 되겠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털(VC) 이크나이트엑스엘(igniteXL) 벤처스가 지난 2월 K뷰티 전문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내세운 비전이다. 이 VC는 K뷰티 브랜드를 최대 10곳 선발해 기업당 10만~15만달러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뷰티가 글로벌 투자업계에서 핫한 투자 카테고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외 기업은 물론 글로벌 사모펀드(PEF)가 앞다퉈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면서 K뷰티 브랜드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K뷰티 몸값 ‘천정부지’

2일 투자은행 캡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뷰티 M&A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기업가치는 14.9배로 전체 소비재 산업 평균인 9.8배를 크게 웃돌았다. 실적 성장세가 눈에 띄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최대 16배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K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은 17~18배에서 최대 20배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외국인들 '한국 미용실'에 푹 빠지더니…'8000억' 찍었다

미용실 프랜차이즈 준오헤어 사례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준오헤어의 기업가치를 8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EBITDA 대비 밸류에이션이 21배 이상이었다. 7300억원에 거래된 뒤 2년 만에 다시 새 주인을 찾은 화장품 용기업체 삼화도 20배에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기업 M&A 규모는 3조59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중소업체 M&A 거래가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성장 초기 단계지만 해외 시장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에 수요가 몰린다. 메디컬 뷰티 기업 서울리거는 화장품 브랜드 ‘비플레인’의 지분 85.94%를 812억원에 인수했다. 비플레인의 해외 매출 비중은 50% 이상이다. 오션프론트파트너스는 해외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중소 브랜드 ‘토코보’를 인수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브랜드에 먼저 매각을 제안하는 거래가 많아졌다”고 했다.

◇ M&A용 기획 브랜드 창업도

처음부터 아예 M&A를 목적으로 창업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통할 만한 브랜드를 기획해 키운 뒤 창업 10년 내에 매각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아마존과 틱톡숍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 실적을 쌓은 뒤 미국 내 글로벌 팝업 성지인 뉴욕 소호와 로스앤젤레스 멜로즈 등에 팝업스토어를 열어 글로벌 흥행을 입증하는 전략을 주로 활용한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객 효과가 탁월한 인플루언서를 끼고 글로벌 뷰티업계의 관심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인디 브랜드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 없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일찌감치 매각을 희망하는 사례도 많다. 뷰티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바뀌어 라이징 브랜드가 지속해서 성장하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초기 브랜드 성장 가치에 베팅하고 손바뀜이 자주 이뤄지는 배경이다. 예컨대 삼화 창업주 아들이 운영하는 이선컴퍼니는 색조 브랜드 ‘뮤드’ 지분 70%를 약 71억원에 인수했다. 한해 영업이익이 14억원도 안 되는 브랜드지만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초기 성장 단계에서 투자했다.

안혜원/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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