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돋보기를 눈에 대고 거친 왁스 모형을 들여다보는 순간, 주변 소음이 일시에 사라졌다. 사각사각, 줄지어 깎아내는 소리와 함께 투박했던 형태가 조금씩 날카롭고 유려한 곡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 메종 반클리프아펠이 후원하는 세계적인 주얼리 전문 교육 기관 ‘레꼴 주얼리 스쿨’의 작업대 위에 앉아 직접 보석 세공을 체험해본 순간이다. 숙련된 장인의 세심한 지도에 따라 왁스를 조각하고 금속을 절단하며 폴리싱을 거치는 과정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섰다. 하나의 원석이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숭고한 장인정신을 온몸으로 깨닫는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뒤이어 진행된 보석학 수업에서는 젬스톤의 신비로운 세계를 마주했다.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루비 원석과 정교하게 커팅된 젬스톤을 나란히 두고 비교하는 시연이 펼쳐졌다. 멀리서 볼 땐 빛바랜 붉은 돌에 불과한 자연 상태의 원석이지만, 정교한 현미경과 루페를 통해 들여다본 그 내부에는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경이로운 내포물과 투명도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자외선 램프를 켜자 불꽃처럼 강렬한 레드 컬러로 피어오르는 루비의 진귀한 빛을 목격했다. 인간의 눈과 정밀한 도구를 통해 돌덩이 속에 숨어 있는 보석의 매력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반클리프아펠이 주얼리의 예술적 가치와 과학적 원리를 공유하는 레꼴 주얼리 스쿨은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 약 3주간 서울 가회동의 복합문화공간 ‘푸투라 서울’에 서울 캠퍼스를 마련했다. 한옥마을과 현대적 건축미가 어우러진 공간은 주얼리의 세계를 탐험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배경이 됐다. 단순한 보석의 가격과 화려함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인류의 건강과 행복 등을 기원하는 전 세계 장신구들의 의미까지 탐구해볼 수 있는 기회다.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설립된 레꼴 주얼리 스쿨은 주얼리 문화를 대중화하기 위해 전시, 강의, 워크숍 등 교육 활동에 매진해온 글로벌 플랫폼이다. 파리 홍콩 상하이 두바이에 상설 운영하고 있고, 도쿄 리옹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3주 안팎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주얼리의 역사’ ‘젬스톤의 세계’ ‘메종의 노하우’라는 세 가지 영역이 핵심. 100여 개의 전문 강좌와 워크숍이 마련돼 미술사학자, 보석학자, 하이 주얼리 장인들이 강사로 나선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부터 초심자, 수집가를 위한 보석 세공 기초와 드로잉까지 체험할 수 있는 게 다른 보석 전시와의 차별점이다. 리즈 맥도널드 레꼴 주얼리 스쿨 회장은 “서울 전시를 계기로 한국의 신라 시대 유물과 자개 문화도 유심히 탐구하고 있다”며 “수천 년간 다양한 문화권에서 소장해온 주얼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워크숍과 강좌는 모두 매진됐지만,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에메랄드 정원-원석의 발견’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두바이에서 호평받은 뒤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자연 상태의 에메랄드 원석이 인간의 탁월한 세공 기술을 거쳐 눈부신 하이 주얼리로 변모해가는 여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굴 양식의 에메랄드 조각 작품을 비롯해 반클리프아펠과 까르띠에, 그라프 등의 유서 깊은 아카이브 보석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2층 전시장에서 열리는 특별전 ‘되살아난 기술: 몽땅 토르크의 켈트족 토르크 복제품’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중 하나. 2000년 넘는 역사의 켈트족 목걸이는 프랑스 타른 지역 몽땅에서 1843년 발견된 유물이다. 프랑스 국립고고학박물관과 몽땅 고고학협회 등 12개 기관이 장인들과 손잡고 2012년부터 10여 년간 공들여 복원했다.
김보라/정소람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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