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버리고·등 번호 바꾸고’ 이호재, 이기형과 ‘父子’ 국가대표

8 hours ago 1

포항 이호재, 홍명보호 발탁되며 첫 태극마크
아버지 이기형과 함께 4번째 부자 국가대표
주인 없는 홍명보호 최전방에 도전장
이호재, "대표팀은 증명하는 자리"

  • 등록 2025-06-24 오후 4:41:46

    수정 2025-06-24 오후 4:41:46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이호재(포항 스틸러스)가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품으며 아버지 이기형 옌볜 룽딩(중국) 감독과 함께 부자(父子)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게 됐다.

이호재(포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기형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호재는 전날 발표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게 됐다. 성인 대표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 경험도 없는 그에겐 잊지 못할 순간이다.

2021년 포항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호재는 자신의 이름보다 ‘이기형 아들’로 알려졌다. 이호재의 아버지 이기형은 현역 시절 강력한 대포알 슈팅을 장착한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로 유명했다. 수원 삼성, 성남FC, FC서울 등을 거치며 K리그 통산 177경기 17골 14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도 A매치 47경기에 나서 6골을 넣었다.

아버지 이기형에 이어 이호재까지 태극마크를 달게 되면서 김찬기-김석원, 차범근-차두리, 이을용-이태석(포항)에 이어 4번째 부자 국가대표 발탁 타이틀도 얻었다. 이호재가 이번 동아시안컵에 나서면 이들은 A매치를 소화한 부자가 된다.

현역 시절 이기형 감독. 사진=AFPBB NEWS
이호재(포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실 이호재의 A대표팀 승선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었다. 이호재는 2023시즌 리그 8골 1도움으로 기량이 급성장하더니 지난해에는 리그 27경기 9골 5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다. 득점왕 경쟁을 펼치는 등 2경기당 공격 포인트 1개를 생산하는 위력을 보였으나 시즌이 한창이던 8월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고 결국 시즌 아웃됐다. 그럼에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호재는 올해 초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고 득점왕, 대표팀 발탁에 대한 말까지 나오다 보니 그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무리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1~2주만 쉬면 낫는 부상이었는데 욕심을 부렸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몸 관리를 현명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롭게 마음을 다잡은 이호재는 올 시즌을 앞두고 등 번호도 33번에서 19번으로 바꿨다. 그는 “33번을 달고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치고 나면 변화를 주는 스타일”이라며 “이제 33번이 힘을 다했다는 느낌을 받아서 등 번호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항에서 함께 뛰었던 제카(산둥 타이산) 영향도 있었다. 이호재는 19번을 달고 뛰던 제카의 플레이를 보며 많은 걸 배웠다. 이호재는 “제카를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10번과 9번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담았다”고 밝혔다.

이호재(포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호재(포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부상 여파에 프리 시즌을 온전히 치르지 못한 이호재는 올 시즌 다소 더디게 출발했다. 그럼에도 점차 경기력과 득점력을 끌어올렸고 포항 반등의 선봉에 섰다. 현재까지 리그 19경기 8골 1도움으로 리그 득점 부문 공동 4위에 올라 있다.

시즌 절반을 소화한 시점에서 개인 리그 최다 득점 타이 기록까지 단 한 골만을 남겨뒀다. 그의 활약을 지켜본 홍명보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이호재를 호출했다.

현재 홍명보호 최전방에는 확실한 주인이 없다.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오현규(헹크)가 번갈아 기용되고 있으나 홍 감독의 기대를 채우진 못했다. 이 판에서 최근 K리그1에서 꾸준히 활약한 이호재가 도전장을 던졌다.

이호재는 “대표팀은 증명해야 하는 자리”라며 “긴장감보다는 책임감과 국가대표 선수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