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전기자동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이었다. 5년 전만 해도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 그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 중 하나인 한국에서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유지하고 있고, 국내외 전기차 브랜드가 전기차 판매에 힘을 실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月 4만 대 등록 시대
1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규 등록 전기차가 사상 처음으로 4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차를 구매한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전기차를 선택한 셈이다. 직전 달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당시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인 3만5693대였다. 2022년 9월 월 판매량이 처음으로 2만 대를 넘어선 뒤 3만 대를 돌파하기까지 3년5개월여가 소요됐는데, 4만 대 벽은 3만 대를 넘어선 지 한 달 만에 깨졌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등록 기준 ‘전기차 100만 대 시대’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지난달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누적 101만4442대로 2015년 4874대에서 208배가량 ‘퀀텀점프’를 이뤄냈다.
연료별로 봐도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등록된 신규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은 약 26%로 휘발유 차(4만8815대·30.2%)와 4.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전년 동기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12.2%(1만7694대)로 휘발유 차(5만5848대·38.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별 기준 신규 등록 차량 중 전기차 비율이 25%를 넘어선 건 2월(28.2%)이 처음이다. 최근 두 달 연속 국내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차와 맞먹는 규모로 전기차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직전 최고 비율은 2025년 8월 기록한 18.4%(2만3258대)였다.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지급 중인 전기차 보조금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무공해차통합누리집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공고 대수(9만2173건) 대비 접수율은 약 77.5%(7만1409)로 파악됐다.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 지 4개월여 만이다. 보조금 공고 대비 접수율이 100%를 넘어선 지자체는 48곳. 90% 이상인 곳은 60개였다. 이와 관련, 정부와 국회는 10일 2026년도 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1500억원 증액했다. 전기 승용·화물차 총 3만 대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외 전기차 업체들도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수입차 브랜드 중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서 월 신규 등록 대수 1만 대를 넘긴 테슬라는 3일 국내에서 ‘모델 Y L’차량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국내에서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글로벌 車 시장서도 전기차 강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전기차 등록량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자동차협회(ACEA)에 따르면 2월 유럽연합(EU)에서 등록된 전기차는 15만8280대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2만7005대 증가한 수치다. 독일연방자동차청(KBA)과 프랑스자동차협회(PFA) 등 주요국에서 지난달 신규 등록된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이 25%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3월 EU 내 전기차 신규 등록량도 크게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NEV) 보급을 늘리고 있는 중국은 NEV 비율이 2020년 5.4%에서 2024년 40.9%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NEV 비율이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상원/김우섭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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