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GPS'에 당했다…잇단 충돌 사고에 전세계 '초비상'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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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8 12:30 수정2025.06.1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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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GPS’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충돌…보험료 최대 20배 급등 [글로벌 머니 X파일]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확산 속에 이란의 앞 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충돌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란에서 선박 관련 신호를 교란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전쟁위험보험료 급등 등으로 이어져 글로벌 물류와 원유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증가한 교란 신호

18일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13일의 3일 후인 16일부터 인근 해상교통 전자교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영국 해군통상기구(UKMTO)와 미군 주도의 연합해군사령부(CMF) 산하 정보센터(JMIC)는 “호르무즈 해협과 아라비아만 일대에서 선박 항행 장비에 대한 전자 간섭 현상이 급증했다”고 경고했다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구 주변에서 강력한 전자 신호 교란이 발생했다. 상선들의 AIS(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 자동선박식별 시스템) 위치 정보가 왜곡·차단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JMIC는 이런 AIS 신호 교란이 선박들의 위치 데이터 전송을 막아 항행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

보통 대형 상선에는 GPS를 포함한 여러 항법장치와 AIS 공공선박추적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최근 며칠간 이들 장비의 오작동 사례가 급증했다. 그리스 해사 당국은 자국 선사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통과 시 모든 항해 정보를 철저히 기록·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17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연안의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앞바다 오만만에서 대형 유조선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노르웨이 선사 프론트라인 소유의 대형 유조선 프론트이글호와 소형 유조선인 아달린호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돌로 인해 두 배의 갑판 등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곧 진압됐다. UAE 해상 구조대는 아달린호에 탑승한 선원 24명을 전원 구조했다고 밝혔다. 현지 해안경비대와 영국 해상보안업체 암브레이는 “테러 등의 보안 위협에 따른 충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유령 GPS’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충돌…보험료 최대 20배 급등 [글로벌 머니 X파일]

하지만 사고 해역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전략 요충지이다. 초근 양국의 공습 여파로 GPS 신호 방해와 전자파 교란이 극심했던 시점이어서 이러한 전자항법 교란이 항행 착오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이번 분쟁 기간 AIS 신호 교란 현상은 주로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항만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에서 집중적으로 보고됐다. JMIC는 16일 자 경보문에서 “최근 며칠간 반다르아바스 항구 주변,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 여러 해역에서 상선 항행 시스템에 대한 전자 간섭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해당 간섭으로 인해 선박 자동식별시스템(AIS)을 통한 위치 데이터 송신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박들이 자신과 주변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S는 선박의 위치·속력·방향 등을 실시간으로 주변에 전파하고 위성으로도 송신해 충돌 방지와 해상 교통 관리에 필수 장비다.

GPS 등 위성항법체계(GNSS)에 기반한 이 시스템이 교란될 경우 선박들은 ‘유령 신호’(가짜 좌표)나 위치 공백을 수신하게 돼 충돌 위험이 많이 증가한다. JMIC는 “계속 증가하는 전자교란이 걸프 해역 내 선박운항에 중대한 영
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장기화해 의도적인 해상 공격이나 추가 교란 행위가 발생할 경우 더 심각한 해양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운임료 급등

이스라엘과 이란 분쟁으로 글로벌 해운·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분쟁 발발 직후 국제 원유가격은 단숨에 7% 정도 급등했다. 유조선 운임과 보험료도 뛰었다. 발틱해운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원유운송비용은 교전 발생 후 3거래일 동안 약 20% 급등했다. 중동→동아프리카 노선 운임도 40% 이상 폭등했다.

중동~극동 노선의 정제유 운송 운임지수도 상승세를 보였다. 중형 탱커 운임지수(TC1)는 6월 12일 114포인트에서 16일 136포인트로 상승했다. 소형 탱커 운임(TC5)도 139에서 167로 뛰었다. 중동-중국 항로 유조선 운임은 20% 이상 올랐다. 초대형유조선(VLCC)의 1일 용선료는 47.1% 폭등해 하루 약 2만 2764달러 수준에서 한때 3만3489달러로 뛰었다,

‘유령 GPS’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충돌…보험료 최대 20배 급등 [글로벌 머니 X파일]

이번 분쟁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홍해~수에즈 운하 경유 컨테이너 노선도 위험 때문에 우회 운항이나 선복 축소로 실질 선복량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운임 급등으로 일부 화주들은 선박 회피나 노선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전쟁위험보험료(AWRP)의 급등도 해운업계에 부담이다. 이번 분쟁 발발로 런던 해상보험 시장은 페르시아만 및 주변 해역을 전쟁위험지역으로 재분류했다. 선박 보험사들은 중동 항로에 추가 전쟁보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쟁보험료가 기존보다 최고 20배까지 폭등한 사례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위험 추가보험료는 선박 선체 가치에 일정 비율(보험료율)을 곱해 산출된다. 분쟁 이전에는 보통 0.02~0.05% 수준이던 것이 현재는 0.25~0.5%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억 달러 가치의 VLCC 한 척이 호르무즈 해역을 한 차례 통과할 경우에 기존에는 2~3만 달러 정도였던 전쟁보험료가 현재는 40만~50만 달러까지 올랐다.

영국 로이드 보험자협회(JWC)도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 일대를 최고 등급의 전쟁위험지로 지정했다. 이 지역을 운항하는 모든 선박은 항차당 추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해외 해운업계에선 "이란과 이스라엘 충돌이 장기화해 보험료가 계속 인상되면 중동 운항을 포기하는 선사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이라크전 때도 이라크 인접 해역의 전쟁보험료가 10~20배 폭등해 선사들이 운항을 중단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진단과 의견은 다양하다. 영국의 해운 전문지 일간지 로이드 리스트는 “여러 차례 미사일이 오가고 AIS ‘극심한 교란’이 발생하는 등 위협 수준이 높지만 현재까지 선박 운항 자체는 크게 막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로이드 리스트의 리처드 미드 편집장은 “위험 프리미엄 상승은 운임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고 신규 물량 계약이 주저하면서 시황이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전 세계 하루 원유 공급 1800만~2000만 배럴이 막히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를 봉쇄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란도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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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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