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편견 깨졌다…급부상하는 K 애니 [무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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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06 06:49 수정2025.06.06 06:49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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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지브리 등 해외 대형 스튜디오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K-애니(한국 애니메이션)가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부상하고 있다.

영화계의 침체와 투자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흥행 성과를 거두며, 위축된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토종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는 북미 극장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가 하면, '이 별에 필요한'은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제작한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이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이제는 K-콘텐츠 산업 내에서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극장뿐 아니라 OTT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내외 관객과 활발히 소통하며, 그 영향력을 점점 넓혀가는 중이다.

'유아용' 편견 깨졌다…급부상하는 K 애니 [무비인사이드]

넷플릭스 최초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

넷플릭스는 첫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을 공개하며 한국 창작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확장했다.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우주인 '난영'과 뮤지션 제이의 만남과 사랑, 꿈을 그린 이 작품은 김태리와 홍경의 감성적 목소리 연기로 몰입감을 더한다.

김태리, 홍경은 더빙뿐만 아니라 캐릭터 설정과 실사 촬영에도 직접 참여하며 자유롭고 사실적인 움직임을 완성했다.

"멀리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진짜 소중한 가치, 사랑이 우리에게 항상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결국 '이 별'에는 사랑이 필요하다"는 한지원 감독의 말처럼, 사랑의 존재와 부재로 인해 성장하고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OST 역시 주목할 만하다. 넷플릭스 'D.P.',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등을 통해 감성적인 음악을 선보여 온 박성준 음악감독이 참여한 음악은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았던 톤앤매너의 음악으로 귀를 즐겁게 한다.

김태리와 홍경이 직접 작사한 듀엣곡 'Life goes on'은 극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한 감독은 "'이 별에 필요한'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나왔을 때 신진 창작자들이 '아, 내 꿈을 계속 좇아가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면 좋겠다"며 "한국 애니메이션계가 이제 막 개성과 다양성을 갖춰나가는 단계인 만큼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롯데컬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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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나 작가의 베스트셀러 '알사탕', '드래곤볼' 감독 만나 영화화

지난 5월 28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알사탕'은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나의 대표작 '알사탕'과 '나는 개다'를 원작으로 한다.

'알사탕'은 외로운 소년 동동이가 마법의 알사탕을 통해 진심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다. 감성적인 그림책의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애니메이션 특유의 리듬감과 정서를 더해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그림책을 넘어 스크린으로 확장된 '알사탕'은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관계사인 단델라이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을 맡았다. 여기에 '드래곤볼', '소년탐정 김전일' 등을 연출한 일본의 니시오 다이스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백 작가는 "감독께서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궁금하고, 그 숨은 이야기들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을 때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은 것 같았다"며 '알사탕'을 애니메이션화 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롯데컬처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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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는 "일본에서 원작을 읽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그림책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클레이 수법을 사용하고 있었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 부문 후보로도 오르기도 했다. 백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상업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원작을 가지고 애니를 만들어 좋은 결과가 나왔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 원작자로서 몫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러닝타임 20분 정도의 짧은 작품이지만 개봉 이후 호평을 받으며 신작 공세 속에서도 박스오피스 순위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알사탕' 공식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알사탕', '나는 개다' 등 원작 그림책 12종과 함께 감성을 자극하는 굿즈 22종이 전시 및 판매되며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메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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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서 韓 영화 자존심 지킨 '안경'

제7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돼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정유미 감독의 '안경'이 오는 11일부터 메가박스에서 단독 상영된다.

'안경'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와 마주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심리적 성장 서사를 담은 15분 분량의 작품이다.

자신 안에 억압돼 있던 감정과 기억을 은유적으로 풀어내며, '그림자와의 화해' 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세밀한 연필 드로잉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섬세하게 전달한다.

'안경'과 함께 상영되는 정유미 감독의 또 다른 단편 애니메이션 신작 '파라노이드 키드'는 직접 쓴 동명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다.

45일간의 불면의 밤 동안 그려낸 그림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주인공이 겪는 내면의 불안과 복잡한 감정을 시적인 내레이션과 함께 담아냈다.

배우 배두나가 내레이션에 참여해 주인공의 불안과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사진=메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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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손꼽히는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오는 7일까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갖는다.

정 감독은 2009년 '먼지아이'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초청돼 주목받았고, 2013년 '연애놀이'로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2010년 '수학시험'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2023년 '파도'로 로카르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정 감독은 "단편 작품은 영화제 외에서는 접하기 어려운데, 좋은 기회로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관객분들이 극장에서 더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모팩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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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박스오피스 흥행 돌풍, K-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오는 7월 개봉을 확정한 '킹 오브 킹스'는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6000만 달러(약 815억원)의 흥행 수익을 내며 한국 영화 중 북미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된 작품이다.

영국의 뛰어난 작가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와 함께 2000년 전 가장 위대한 이야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그린 작품으로 예수의 탄생, 부활까지 보여주는 영화다.

북미에서는 피어스 브로스넌, 오스카 아이삭, 케네스 브래너, 우마 서먼, 마크 해밀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더빙을 맡았다.

북미 개봉 당시 '마인크래프트 무비'와 경쟁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후 꾸준히 관객몰이를 이어갔다.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 98%, 시네마스코어 A+ 등급을 받는 등 호평을 끌어냈다.

개봉 17일 만에 영화 '기생충'의 북미 최종 수익을 돌파하며 국내 단독 제작 영화 중 북미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킹 오브 킹스'가 놀라운 지점은 국내 순수 기술력과 자본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CG, VFX 전문 기업인 모팩스튜디오 장성호 대표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총 10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용' 편견 깨졌다…급부상하는 K 애니 [무비인사이드]

한국어 더빙판은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찰스 디킨스 역은 이병헌이, 예수 역은 진선규가 맡고 이하늬, 차인표, 양동근, 권오중, 장광 등이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다.

장성호 감독은 "이렇게 최고의 배우와 성우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어 영광이다.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힘에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까지 더해져 국내 관객들에게 더욱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아용'이란 편견 깨졌다…급부상하는 K 애니

K-애니메이션은 갈수록 높아지는 실사 영화 제작비와 침체된 광고 시장 등으로 인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실사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효율적으로 관리되며 굿즈, 출판, 게임과 같은 다양한 2차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의 평균 제작비는 약 30억~6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의 주요 애니메이션 제작에 수백억 이상이 투입되는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비용 효율성이 높다. 이러한 점은 글로벌 OTT 플랫폼과 투자사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주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웹툰 강국'으로 불릴 만큼 원작 IP 자원이 풍부해, 이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슬램덩크', '진격의 거인' 등 해외 애니메이션이 국내 극장에서 연이어 흥행하고, '하츄핑' 등 국내 애니메이션 역시 어린이 팬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중의 수용력과 선호도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팬덤 기반의 충성도 높은 관객층은 물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콘텐츠로 확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K-애니메이션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들만을 위한 장르가 아니다. 감성적인 스토리와 예술적 완성도로 무장한 작품들이 성인 관객층의 공감까지 이끌어내며,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OTT와 극장에서 활약 중인 다양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행보는, 앞으로 K-콘텐츠 시장을 이끌어갈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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