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공임대주택도 양과 질보다 격을 높일 때입니다.”
윤영호 한국주거학회 주거연구원장(사진)은 27일 “임대주택 정책이 라이프 스팬(생애주기)에 따라 맞춤형 지원과 서비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LH토지주택연구원 출신인 윤 원장은 공공임대주택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30여 년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서 영구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같은 공공임대주택의 기획·설계·운영 및 자산관리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현행 ‘통합공공임대주택’이 주거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영구주택과 국민주택·행복주택 등 기존 공공임대주택을 합친 통합 공공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윤 원장은 “지금의 통합공공임대주택은 맞춤형으로 관리하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라며 “영구임대주택, 고령자복지주택 등이 소외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정 지원 등을 임대주택별로 차별화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센티브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임대주택에 사는 저소득층은 소득이 발생하면 임대주택에서 쫓겨나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안 하는 쪽을 선택한다”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출구(인센티브 등)가 전혀 없기 때문에 사다리가 끊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얻으면 영구임대주택 대신 다른 형태의 임대주택 입주권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며 “예컨대 마일리지 형태로 다른 혜택을 받도록 하면 주거 사다리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향후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원장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거시설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게 사회안전망 및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건설업을 비롯한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케어’(돌봄)를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윤 원장은 “이제는 사람과 서비스가 주거의 기반”이라며 “고령자, 1인 가구 등이 화두인 사회에선 케어를 복지 재정으로 생각하지 말고 서비스산업으로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심은지/사진=김범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