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달빛을 보듯…지친 일상서 잠시라도 번뇌 멈추시길

1 week ago 11

고려불화 50년간 재현 혜담 스님 특별전 혜담 스님은 “고려화불을 종교적 시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500년 가까운 고려시대 내내 왕실은 물론이고 서민들의 의지처가 됐던 고려화불은 고려청자, 고려대장경처럼 우리 가 보존해야 할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가사(袈裟)를 휘감은 투명한 사라(紗羅·명주실로 짠 얇고 가벼운 천) 위로 서운(瑞雲)이 흐른다.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얹힌 구름 위를 노니는 봉황들.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힌 천 아래 손은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가.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자비안(慈悲眼·부처님의 자비로운 눈)에 모두오니,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그 앞에선 별빛이라.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제1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 ‘붓끝으로 나투신 천년의 장엄, 고려불화대전’은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지만 일반인은 쉽게 접하기 힘든 ‘고려 불화’가 주제다. 특별전을 연 강원 속초 계태사 회주 혜담 스님(고려불화학술연구소 이사장)은 “고려화불(畫佛)은 부처님을 은은한 배채법(背彩法) 위에 섬세한 금선(金線)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며 “때문에 극상의 편안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라고 했다.―고려불화 재현에 천착한지 50년이 넘었다고 들었습니다.“고려시대엔 불상 대신 화불을 모신 절이 더 많았습니다. 500년 가까이 불교가 국교였으니 수만, 수십만 점이 그려졌겠죠. 하지만 현존하는 건 전 세계에 160여 점뿐이지요. 국내에는 10여 점밖에 없고요. 조선시대에 불교가 탄압받고, 화불을 불상으로 대체하면서 그리는 법도 끊겼습니다. 그게 너무 아쉬워 시작했는데 벌써 반백 년이 지났네요. 하하하.”―불화가 아니라 화불이라고 하셨습니다.“불화는 ‘부처님을 그린 그림’이고, 화불은 ‘그림 부처님’이라고 생각해 저는 그렇게 부릅니다. 고려시대에 불상 대신 그 자리에 화불을 모신 절이 많았던 것도 그런 이유지요. 제가 만든 말이 아니에요. 고려사에 충선왕, 충혜왕 때 원나라에 부처님 그림을 바친 상황을 ‘헌화불(獻畫佛·그림 부처님을 바치다)’이라고 적었으니까요.”―은은함과 화려함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게 놀랍습니다.“배채법은 채색을 천의 뒷면에 하는 기법입니다. 부드럽게 배어나면서 은은하고 안정된 색감을 주지요. 그 위를 섬세한 선으로 부처님의 얼굴과 눈매, 옷 주름, 장신구의 미세한 무늬까지 정교하게 표현하는데 안료가 금이고,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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