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산부인과 의사 고소
法, 6억5천만원 배상 판결
최근 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의료진이 분만 의료사고로 인해 기소된 것을 두고 의사들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환자단체는 오히려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A교수와 전문의 B씨(사건 당시 전공의)는 최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2월 22일 당시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임의인 산모 C씨의 분만을 맡았다.
진통 10여시간 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C씨의 아기는 출산 직후부터 주산기 가사(저산소증 상태)로 인해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소견을 보였다. 이후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한 채 생후 5년 뒤 신체감정에서 뇌성마비로 나타났다.
이에 C씨 측은 분만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다”며 약 24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민사 재판부는 약6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태아의 심장 박동 등 상태를 충분히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았다고 봤다. 형사 사건에 대해 경찰은 의료진에 무혐의 불기소처분 의견을 내렸지만, 검찰은 이를 뒤집고 불구속 기소해 형사재판을 받도록 했다.
이후 의료진이 기소된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단체들은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불가항력적 분만 관련 사고를 의사 과실로 단정해 기소하는 관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전국 20개 대학병원에 소속된 산과 교수 30명도 성명성에서 “분만 시 발생하는 사고는 불가항력적임을 인정하고 형사 기소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안기종 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왜 형사고소를 하는지, 의료계뿐 아니라 정부·국회도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있지 않다”며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택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의료사고 형사고소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단체는 의료진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이번 의료사고 피해 신생아의 보호자는 의사이자 피고와 같은 의료기관에서 일하던 동료”라며 “그런데 왜 형사 소송까지 진행해야만 했을지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문을 보면 (병원과 의료진의) 사과나 피해구제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의료계는) 형사처벌이 필수과를 기피하게 한다는 주장만 하지 말고, 의료사고 발생 시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