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를 무승으로 마무리했지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우완 저스틴 벌랜더(42)는 크게 낙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벌랜더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홈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등판을 마치고 걸어 나오면서 내 구위가 꾸준히 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등판 내용에 대해 말했다.
이날 벌랜더는 6이닝 7피안타 1피홈런 7탈삼진 4실점(2자책) 기록했다. 팀이 0-13으로 지면서 시즌 7패(0승) 기록했지만, 헛스윙만 16개를 유도하는 등 투구 내용은 고무적이었다.
그는 이날 호투의 비결로 기술적인 조정을 꼽았다. 투구 동작에 들어갈 때 공을 던지는 오른손의 위치를 살짝 바꾼 그는 “상대 타자들이 내가 던지는 공을 조금 일찍 보게 되는 거 같았다”며 예전 동작보다 손 위치를 조금 더 낮췄다고 설명했다. “캐치볼 때 느낌이 좋았고, 이를 오늘 실전에도 가져올 수 있었다. 바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아주 고무적”이라며 말을 이었다.
이런 조정을 통해 디셉션 효과를 가져온 그는 “결국은 타이밍 싸움이다. 언제든 상대 타자들이 공을 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최대한 상대가 자신의 공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려고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구부터 96마일이 나왔다. 공에 힘이 있었고, 변화구로도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시즌 대부분은 좋은 공을 던지더라도 상대가 파울로 쳐내거나 타구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타자들을 상대로 아웃을 잡아내거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브라이스 하퍼는 좋은 스윙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느낌이 좋았다”며 투구 내용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투구 내용은 좋았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 그는 이와 관련해서는 “승리나 패전, 혹은 달성하려고 하는 특정 기록들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지금은 타자를 상대로 더 좋은 디셉션을 하면서 꾸준히 상대를 속이고 아웃을 잡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내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처음으로 이를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 계획대로 공을 던지면서 쉬운 아웃을 잡을 수 있었다. 좋을 때는 이를 꾸준하게 해낼 수 있지만, 안 좋을 때는 문제점을 찾아야 한다. 나는 문제점을 찾기 위해 그동안 엄청난 노력을 해왔고 지금의 기술적인 조정이 좋은 후반기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생각을 전했다.
밥 멜빈 감독은 “아마도 이번 시즌 그가 보여준 최고의 모습일 것”이라며 이날 벌랜더의 호투를 칭찬하면서도 “뒤에서 좋은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고, 점수도 내지 못했다. 이번 시즌 내내 그가 던지는 날마다 테마가 되고 있다. 공수 양면에서 충분히 그를 돕지 못했다”며 동료들이 그를 제대로 돕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시즌 내내 벌랜더가 나오는 날마다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가 던지는 날마다 매번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시즌이 이 정도 진행됐으면 몇 승은 거둬야 정상이다. 우리 모두 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감독인 자신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