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체제로 치러진 2015년 이후 전반기 최다승과 최고 순위를 기록한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시절의 승률 기록도 모두 넘어섰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홈경기 도중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58)이 구단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KBO리그가 10개 구단 체제로 치러진 2015년 이후 롯데의 전반기 최다승 기록은 2017년의 41승(1무44패)이었다. 이 기록을 올 시즌 롯데가 가뿐히 넘어섰다. 롯데는 2017년보다 9경기나 덜 치른 시점인 지난달 2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승리로 시즌 42승째를 올렸다.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9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선 연장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두며 전반기 3위(47승3무38패·승률 0.553)를 확보했다. 전날 패배로 하마터면 5위까지 내려갈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뒷심이 대단했다. 이로써 롯데는 2023년의 5위를 뛰어넘는 전반기 최고 순위 경신에도 성공했다.
김 감독의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이 이끌던 구단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방불케 한다. 과거 롯데는 로이스터 전 감독과 함께한 2008년(48승46패·0.511)과 2009년(48승43패·0.527) 구단 역대 전반기 최다승 공동 2위 기록을 썼다. 그런데 승률로는 올 시즌 롯데가 이 기록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롯데는 3일 승리로 로이스터 전 감독 시절의 최고 승률을 넘어선 데다, 1999년(50승5무28패·0.641)의 뒤를 잇는 구단 역대 전반기 최고 승률 2위를 미리 확정했다.
김태형 롯데 감독(왼쪽)이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홈경기 연장 11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이호준을 기특해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김 감독의 롯데가 흥미로운 이유는 전력 구성에 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은퇴한 이대호, 홍성흔, 카림 가르시아를 비롯해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손아섭(NC 다이노스), 황재균(KT 위즈) 등의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했다. 반면 올 시즌에는 2년 이상 풀타임 시즌을 치른 선수조차 찾기 어렵다. 확실한 ‘상수’로 볼 전력은 여전히 전준우뿐이었다. 지난해 김 감독에게 기회를 받고 큰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등은 잇따른 부상, 부진 탓에 자리를 비운 날이 많았다. 이들뿐만 아니라 올 시즌에는 주전 전력의 절반 이상이 이탈할 정도로 부상자가 많았다. 김 감독도 “야구하면서 부상자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력의 상당수가 빠져나가는 악재마저도 이겨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여긴 그는 “어린 선수들은 이럴 때 한 자리 차지하려고 달려들 것”이라며 저연차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간 수면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던 내야수 이호준, 박찬형, 외야수 장두성, 김동혁, 한승현, 포수 박재엽 등의 노력이 기회를 만나자, 롯데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마운드 운영에서도 그간 기회를 자주 받지 못했던 홍민기, 김강현, 정현수의 잠재력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이 과정들을 지켜본 주장 전준우는 “우린 ‘잇몸야구’가 아니다. 이 선수들 모두 잇몸이 아닌 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도 “이 선수들 덕분에 우리 팀이 앞으로는 더 강해질 것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사직|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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