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제조기업인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칠러(사진)를 미국에 처음 수출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정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비가 칠러인데, 기존 프레온 계열 칠러는 미국과 EU에서 이르면 내년부터 사용이 금지될 예정이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GST는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기업과 이산화탄소 칠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27일 밝혔다. GST 관계자는 “차세대 친환경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미국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상 반도체 공정에선 프레온 계열 냉매로 칠러를 가동해 온도를 유지한다. 프레온 계열 냉매는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제조혁신법(AIM법)에 따라 내년부터 지구온난화지수(GWP) 700 이상 냉매 사용 칠러 수입을 제한할 예정이다. EU도 F-gas 규제에 따라 2027년부터 GWP 750 이상 냉매 사용 칠러 출시를 금지하기로 했다. 수소염화불화탄소(HCFC) 냉매나 수소불화탄소(HFC·프레온 계열) 혼합물을 쓰는 기존 냉동기식 칠러는 GWP가 1000~4000에 달한다. 기존 냉매 사용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한국도 글로벌 기준에 따라 비슷한 환경 규제가 적용될 전망이다.
GST가 수출하는 이산화탄소는 GWP가 1로 미국과 유럽의 규제 기준보다 낮아 차세대 칠러로 주목받고 있다. 영하 30도 이상 구간은 프레온 계열에서 이산화탄소 칠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 나타나고 있다. GST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이산화탄소 기반 칠러의 경쟁력을 글로벌 기업에서 인정받은 국내 첫 사례”라며 “세계 신규 및 전환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외 고객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