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증인 채택…12일 입장문 발표
“입법부가 재판하는 격” 정면비판
현직검사 40여명 증인채택도 우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 중인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조작기소 국조특위)’를 두고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장은 12일 낸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여 폐지되는 현실에 이른 점에 대하여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국민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와는 별론으로 법치주의와 사법시스템이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더는 침묵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정면 비판했다. 이 전 총장은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돼 오는 16일 특위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전 총장은 이번 국정조사가 헌법 질서에 어긋난다는 점을 먼저 꺼내 들었다. 그는 “(현재의 국정조사는) 국회로 ‘법원의 법정’을 들어옮겨 입법부가 사실상 사법부 역할을 맡아 재판을 한다”며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조사가 공소 취소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회의 감사나 조사는 재판과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정조사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위 운영 방식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이 전 총장은 “국회가 단정적으로 ‘조작기소이자 무죄’라고 판결까지 내리고 있다”며 “이번 국정조사는 수년간 수십, 수백회에 걸쳐 법원의 증거조사와 판단이 이루어진 사실관계와 법리를 단 며칠 만에 송두리째 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에서 인정된 수많은 유죄 물적 증거와 증인은 아예 배제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의 번복된 일방적 주장과 편향된 일부 반대증거만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장은 형사재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절차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조특위가 다루는 사건들 역시 엄격한 증거능력 심사를 거쳐 유죄 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사안이라고 짚은 뒤 “90의 유죄증거를 내버리고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대증거만 부각하여 국회에서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북송금 사건을 예로 들며 “대북송금 사건에서 ‘검사가 회유하여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조서는 정작 법정에서 아예 증거로 쓰인 적도 없다”고 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박상용 검사의 회유와 압박으로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진술은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현직 검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이 전 총장은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현직 검사 40여명을 증인으로 불러 죄인처럼 추궁하는 것은 수사와 재판에 외압을 가하여 사법시스템을 크게 위축시키는 국정조사”라며 “이러한 국정조사가 진행된다면 우리 법에 앞으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검사에 대해 감찰과 종합특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내 편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국회와 법무부, 검찰, 공수처, 특검 등이 총동원되어 국정조사, 고발, 감찰, 징계, 수사, 출국금지를 착착 진행하고 공공연히 공표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보복, 표적, 기획, 편파, 강압수사’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끝으로 “헌법과 법률이 마련해둔 사법시스템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만약 확정된 재판을 번복할만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다면 재심절차를 거치면 되고, 진행 중인 재판에서는 증거능력, 증명력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차분히 따져 유무죄를 결정지으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대검 차장검사로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았고 같은 해 9월 검찰총장에 취임해 2024년 9월까지 2년간 검찰 조직을 이끌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등 이번 국정조사 대상 사건들의 수사도 이 시기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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