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대선 레이스 ◆
이재명 “통합” 강조 외연확장
중도보수 잡아 과반득표 노려
김문수 “당내외 광폭 빅텐트”
한덕수·이준석에게 러브콜
이준석 ‘제3의 선택’ 강조 전략
보수층 흔들며 중도표심 잡기
6·3 대선 레이스의 본격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후보의 3자 구도다.
앞서가는 이재명 후보는 실용과 통합을 강조하며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김문수 후보는 ‘반명(反明·반이재명)’ 기치를 내세웠고, 이준석 후보는 정치의 세대교체를 키워드로 제시하고 나섰다.
11일 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두고 각자의 전략 점검에 들어갔다. 과거 3자 구도에서 치러졌던 대선을 돌아보면 상대방과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적고, 표를 뺏기지 않는 후보들이 결국 대권을 차지했다. 이번 대선에 3자 구도 공식을 대입해보면 진보진영 후보인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지형인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전남 영암에서 “선거는 주권자들이 유용한 도구를 뽑는 것인데 이번엔 국민이 유능한 사람을 뽑아주시길 바란다”며 “문제는 경제·민생이며 소통과 통합도 중요하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윤여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중도실용 노선으로 국민을 통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재명 후보 캠프는 △실용·유능 △헌정수호 △실수 최소화라는 3대 전략으로 선거 운동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면모를 보여주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2017년과 2022년 대선에 나섰던 경험이 있는 데다 성남시장·경기지사·민주당 대표로서 경험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조기 대선에서 맞붙은 경쟁자들이 상대적으로 준비가 미흡했다는 점을 파고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압도적 승리를 위해 진영 결집을 넘어 중도 표밭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대선 막판에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중도층을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정치적 박해에도 실용주의를 추구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정신을 되새긴다”며 “도구가 잘하면 여러분들도 잘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풀이된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를 맞아 ‘준비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저는 국민 여러분의 도구”라며 국민 주권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노풍(盧風)’을 일으켰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로부터 보수 표심을 끌어올 전략까지 세워뒀다. ‘헌정수호 대(對) 내란옹호’의 세력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계속 가져간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내란이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 진압해가고 있다”며 “6월 3일부터 내란을 진압해야 진정한 민주공화국이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엄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는 김 후보를 몰아붙일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해왔지만 계엄에는 반대했던 연성 보수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대세론 속에 이완되는 진보 진영을 다시 결집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비호감도가 높은 편인 이재명 후보는 상대 진영을 직접 자극하는 메시지는 자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힘겹게 출발선에 서게 된 김문수 후보는 당내 갈등을 빠르게 수습하며 반격 기회를 엿보고 있다. 탈락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물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며 다시 빅텐트를 치겠다는 것이다. 이날 김문수 후보는 “과거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당내외에서 광폭의 빅텐트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빅텐트 구상의 핵심은 물론 반(反)이재명이다. 김문수 후보는 “반국가·반체제 세력을 막기 위해 모든 세력을 하나로 모으겠다”며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이재명을 반드시 심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이재명 후보를 선뜻 내켜하지 않는 중도·보수 표심을 겨눈 포석이다.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도 계속 두드린다. 진영 대결로 구도를 흔들고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유권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를 거부하고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빅텐트에 들어올지는 미지수다.
당내 갈등 수습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 총리는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말했으나 선대위원장 제안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미국으로 떠났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친윤석열 쿠데타 세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벌써 차기 당권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루하게 보이던 이번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는 40대 기수론을 넘어 거대 양당을 뛰어넘는 ‘제3의 선택’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계엄으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세력”, 민주당에는 “반사이익에 도취돼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세력”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시대·세대·정권 교체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는 ‘미래를 여는 새로운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을 끌어냈던 ‘동탄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동탄 주민들은 급진적인 민주당 정책은 우려스러운 지점이 많고, 국민의힘 행태를 보면 도저히 찍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연성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보수 표심을 모두 끌어와서 대역전극을 쓰겠다는 것이다. 3자 구도에선 자신의 지지율이 6~9% 수준에 정체돼 있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선거비용이 전액 보전되는 본선 득표율 15%를 넘어 이제 당선까지 노려보겠다는 뜻이지만 역대 선거에서 제3후보가 역전승을 한 전례는 없다. 이준석 캠프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보수의 파이를 먼저 가져온 뒤에 민주당 표를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