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을 지켜라' 트럼프 철통 방어한 방탄유리막 1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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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6 20:15 수정2025.05.16 20:15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 원형상가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세차 아래에서 경찰 경호 관계자가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 쌍안경을 이용해 근처 건물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 원형상가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유세차 아래에서 경찰 경호 관계자가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 쌍안경을 이용해 근처 건물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음 주부터 ‘방탄 유리막’ 안에서 유세한다. 대선 후보가 신변 위협 때문에 방탄 유리막을 자체 제작해 사용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던 지난해 10월 주말 유세 연단에서 연설하다 소총 총일 8발이 오른쪽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테러를 당했다. 당시 테러로 유세장에 있던 시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은 유세장 주변에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등 철통 방어했다.

비밀경호국은 저격수가 시야를 확보할 수 없도록 유세장 주변에 대형 농장용 차량을 주차하고, 인근 건물의 지붕에 요원들을 배치하기도 했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강훈식 총괄부본부장은 16일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후보 경호에 대한 지지자들의 우려가 크다"며 "다음 주 초에 방탄 유리막 제작을 완료하고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탄 유리에 둘러싸인 채 유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방탄 유리에 둘러싸인 채 유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다만 민주당에서 준비 중인 방탄유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했던 '전면 방탄유리'가 아닌 양쪽을 막는 형태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 시간 등이 부족해 다소 작게 제작했다는 것.

민주당은 최근 러시아 소총 등이 밀반입됐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이 후보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을 연일 거론하고 있다. 이 후보도 테러 위협에 대비해 3kg에 달하는 방탄복을 착용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정헌 중앙선대위 유세본부 공동본부장은 앞서 MBC 뉴스투데이에 출연해 이 후보 경호 관련 질문에 "(방탄유리를) 적극적으로 당에서 검토 작업을 진행했고, 최근 방탄 유리막에 대한 제작이 시작됐다"며 "조만간 이 후보께서 현장에서 유세하실 때 방탄 유리막이 설치되면 안전이 강화된 상태에서 유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파란 풍선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파란 풍선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사용했던 4면 방탄유리 제작 비용은 당초 1억원대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한국 전문업체 기준 약 2500~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 소요 기간은 빠르면 5~7일 정도라고 한다.

한 국내 방탄유리 전문업체 대표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방탄유리는 1등급에서 8등급까지 나뉜다. 1등급이 최하위고 8등급이 최상위다. 사격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사격 총은 5등급부터 방호가 가능하다"며 "5등급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그 크기와 면적이라면 2000~2500만원 정도가 든다. 8등급이면 그 2배 정도인 5000만원"이라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은 당내 테러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경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후보 안전실'을 운영 중이다.

이들의 지휘 아래 이 후보 지역 유세 현장엔 전담 경호팀과 지역 경찰특공대 등이 '철통 경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장 주변 구조물 상황에 맞춰 관측조, 저격조가 배치돼있으며, 폭발물 탐지견이 매번 유세차를 수색한다. 이 후보도 방검복에서 방탄·방검 겸용 보호복으로 교체해 착용 중이다. 다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저격수 시야 방해를 위한 대형풍선은 아직 현장에 투입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유세 현장에서 경찰특공대가 폭발물 탐지견을 동원해 유세차량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유세 현장에서 경찰특공대가 폭발물 탐지견을 동원해 유세차량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진성준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거리가 2㎞에 달하는 저격용 괴물 소총이 밀반입됐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전문 킬러들이 쓰는 저격 소총"이라며 "이 저격소총이 이재명 후보를 특정해 밀반입했다고 (완전히) 단정 짓지는 못하겠지만, 굳이 이런 시기에 밀반입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유세 현장에 테러 방지용 풍선을 들고 있거나 거울로 시선을 교란시키는 등의 자발적인 보호 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현재까지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온라인상 신변위해 협박 글을 9건 접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협박 글은 8건이 접수됐다. 이 중 1건은 검찰에 송치했고, 나머지 7건은 내사(입건 전 조사) 및 수사 중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한 협박 글도 1건 접수돼 입건 전 조사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대한 협박 글은 아직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접수된 8건 외에 경찰에서 수사 중인 후보자 신변 위협 관련 사건은 없다"며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경호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을 방문하던 도중 지지자로 위장한 괴한으로부터 왼쪽 목을 흉기로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전에도 정치인을 향한 테러의 역사는 이어져 왔다.

사진 = CBS노컷뉴스 (JTBC 방송화면 캡처)

사진 = CBS노컷뉴스 (JTBC 방송화면 캡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이던 2006년 5월 20일 지방선거 유세 도중 괴한의 습격으로 오른쪽 뺨에 자상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중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상처 부위 수술을 받은 뒤 입원해 있으면서 유정복 당시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대전은요"라며 접전지 대전의 판세를 물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박 전 대통령은 퇴원 후 바로 대전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고, 한나라당에 열세였던 대전 판세가 뒤집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02년 11월 '우리쌀 지키기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던 도중 청중이 던진 달걀에 얼굴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2007년 12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거리 유세하다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던진 계란에 허리 부근을 맞았다. 같은 해 11월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한 30대 남성이 계란 여러 개를 투척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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