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서용석 KAIST 교수 인터뷰
고도 전문가만 살아남고
대다수 청년 실업 몰릴것
AI로 생산성 높아지더라도
소비 인구 줄면 시장 위축
결국 기업에도 피해 돌아가
AI 이익 사회적 공유 방법
정부·기업·시민 고민해야
“인공지능(AI) 시대 ‘대규모 실업’은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거대한 쓰나미가 오고 있는데,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죠. AI 발전이 워낙 빠르다보니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상황일 거예요.”
AI시대 철학과 인문학이 다시 주목받는 것처럼, 미래학은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학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래학자인 서용석 KAIST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공정한 분배는 기술 혁신이 지속될 사회적 기반을 만든다. AI가 만들어낸 부의 일부는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방식을 고민할 때”라고 짚었다.
◆ AI 초과이익 분배, 미래 엿볼 단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AI 기업이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서 교수는 이 문제를 어떻게 결론내느냐가 우리 사회의 미래상을 엿볼 단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 교수는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의 높은 성과급이 다른 기업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올 수 있고 노동자 간 격차를 더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성과급 상당 부분은 소득세 등 세수를 통해 다시 환원된다는 데 주목해보자”고 긍정론을 폈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직원이 최대 6억원의 성과급을 받으면 이 중 42%는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가 성과급 논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대로면 AI가 ‘극심한 불평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서 교수는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거라고 하지만 규모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만 살아남고 대다수 청년은 실업으로 몰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생산이 아니라 소비에 있다. 서 교수는 “AI로 생산성은 높아질지 몰라도 소비 인구가 줄어들면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기업에 피해가 간다”며 “기본소득을 비롯한 새로운 분배체계를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시민사회가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첨단 제조업의 숙련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성과급을 비롯한 배분이 중요하다. 서 교수는 “반도체 같은 첨단 제조업에서 숙련 인력은 단순 노동력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라며 “첨단 제조와 공학 분야의 숙련 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는 메시지는 향후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력과 자본이 있어도 숙련 인력이 없으면 첨단 산업은 돌아가지 않는다. 2011년 마지막으로 F-22 전투기를 생산했던 미국은 공중 전력을 확충하기 위해 재생산을 검토했으나, 숙련 인력이 없어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랜드 연구소는 자체 분석을 통해 “숙련 인력이 모두 업계를 떠나고 공급망이 무너진 상황이어서 F-22를 재생산하면 비용이 40% 이상 비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첨단 산업 경쟁력은 숙련 인력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지의 문제이고, 반도체도 마찬가지”라며 “처우가 부족해 숙련 노동자가 기업을 떠나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우받지 못하는 숙련은 전수되지 않고, 전수되지 않는 숙련은 산업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 AI발 대량실직, 사회불안 해소해야
일부 대기업의 높은 성과급이 미래 자산을 갉아먹는 게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지키는 결정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서 교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반도체 인력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도 숙련 인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2월 자신의 X에 태극기 이모티콘을 쓰면서 “한국에서 반도체 설계·제조 또는 AI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고 한 바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성과급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직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 교수는 “첨단 산업 기업의 진짜 자산은 사람의 몸에 새겨진 시간, 즉 오랜 현장 경험과 숙련”이라며 “성과급을 제도화하는 것도 단순한 보상 정책을 넘어 숙련과 기여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논의는 앞으로 닥칠 거센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조의 옵티머스 도입 반대,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쟁 등이 모두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정치의 영역”이라며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논의와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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