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화재’ 27년 만에… 희생자 명예회복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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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호프집서 57명 목숨 잃어… ‘2차 가해’ 시달리고 지원 못 받아
추모사업-피해자 지원 조례 공포… 인천, 참사 기록 담은 백서 발간도

1999년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 추모와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참사 발생 27년 만이다.

인천시는 20일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와 피해자 지원 조례’를 공포했다고 22일 밝혔다. 조례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동안 관할 기초자치단체인 중구 차원의 보상 관련 조례는 있었지만, 시 차원의 지원 체계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 30일 불법 영업 중이던 중구 인현동의 한 호프집에서 발생해 학생 52명 등 57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친 사건이다. 희생자와 피해자들은 사고 장소가 호프집이었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편견에 따른 ‘2차 가해’에 시달렸고, 제도적으로도 충분한 추모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번 조례에는 희생자 추모 사업과 피해자 지원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시는 조례에 따라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추모기념관과 추모비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참사 기록을 바로잡는 작업도 추진한다. 그동안 희생자 유족과 피해자들은 명예 회복과 사건의 의미를 후대에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잘못된 행정 기록을 바로잡는 백서 발간을 요구해 왔고, 이번 조례에 이러한 의견이 반영됐다. 시는 추모 사업 관련 홍보와 교육을 실시하고, 유사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안전사고 예방 훈련시설도 설치할 계획이다.

희생자 추모 사업 추진을 위한 ‘추모위원회’도 구성된다. 인천시장이 위원장을 맡고, 희생자 유족과 피해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추모위원회는 추모공원과 추모기념관 등 추모시설 설치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참사 발생 27년이 지나면서 희생자 명예 회복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 참사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다 숨졌지만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고 이지혜 씨(당시 17세)에 대해 중구의회가 지난달 조례를 개정해 종업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을 하다 숨진 이 씨가 뒤늦게 명예를 되찾은 셈이다. 시는 조례를 바탕으로 피해자 지원 방안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조례 공포에 앞서 이달 10일 유가족협의회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유 시장은 “인현동 화재 참사는 인천 시민 모두의 아픔이자 기억해야 할 교훈”이라며 “희생자 명예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재원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협의회장은 “늦게나마 시 차원의 조례가 제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세월이 많이 흘러 유족과 피해자, 가족들이 고령이 된 만큼 이번 조례를 통해 명예 회복은 물론 실질적인 치료 지원과 독립적인 추모 공간 마련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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