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구 달서구 주상복합 오피스텔 건설 현장에서 만난 50대 근로자 강모 씨는 기자를 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날 다른 곳에서 만난 경력 6년 차 건설 근로자 이상문 씨(63)는 “6년 전 처음 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일자리가 70%는 줄었다”며 “대구에 몇 년 전부터 주택이 과잉 공급되면서 신규 아파트 건설이 없으니까, 아침에 인력사무소 나가도 허탕을 치는 날이 많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건설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줄며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4분기(-17.7%)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건설업 일자리 빙하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업종이다 보니, 일자리를 잃으면 곧바로 소득이 사라져 생계가 막막해진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건설업 일자리 감소는 ‘역대 최고 고용률’이라는 통계와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 지역 업체 쓰러지면 ‘일자리 도미노 감소’외환위기 이후 역대급 건설경기 불황에는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 누적 및 인건비, 자재비 상승 등 각종 악재가 전부 겹쳤기 때문이다.
부산 건설 시공 능력 평가액 8위 중견기업인 삼정기업은 올해 2월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화재 사고 및 미분양 사태가 겹치며 회생절차를 밟았다. 고용 기반이 약한 비수도권 지역에서 이런 중견 업체 하나가 어려워지면 곧바로 일자리 연쇄 감소로 이어진다.
삼정기업을 다니다 일을 그만두게 된 최모 씨(48)는 “5년 전 부산 지역 신규 건설 현장이 20개였다면 지금은 10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건설사 고용은 신규 현장에서 나오는데, 기존 건물 분양 부진으로 신규 착공 자체가 사라지면서 많은 직원들이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체 도급을 받아 일하는 건설 종사자도 ‘건설 불경기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건설 불황으로 신규 현장이 사라지면서 하도급 업체 매출이 줄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40년째 부산 지역에서 인테리어 시공업을 하는 박건훈 씨(64)는 “코로나 이후 400여 개에 달했던 부산 건설업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이 일하던 타일 시공자 39명 중 절반 가까이가 일을 거의 못 하고 있다”며 “중간 정산금 체불로 극단적 선택을 한 업계 인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전북 지역 42년 경력 대한민국 건축 목공 시공 명장 이준문 씨(57)는 “거의 60% 정도의 노동자가 일을 못 하는 실정”이라며 “예전에는 한 달에 20일은 기본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열흘만 일해도 많이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5명의 상시 고용직 근로자를 두고 일했지만, 현재는 모두 그날그날 일하는 일용직 체계로 바꿨다”며 “일감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상용 인력 유지가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건설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일용직 비율이 높아 사회 고용 안전망 기능을 한다. 건설업 불황으로 일자리가 줄면 국가 고용 전체가 타격을 입는 구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75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만9000명 줄었다. 22개월 연속 감소세다. 실업급여 지급자 수(5월 기준 7만9300명)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3% 늘었다.건설 산업 자체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건설 기성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5% 감소했다. 통계가 작성된 1997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지난해 5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함바집’이라고 불리는 건설 현장 식당, 목욕탕, 인테리어, 이삿짐센터, 청소업 등 건설업 연관 업종도 타격이 크다. 대구 달서구 건설 현장 인근에서 함바집을 운영하는 김동희 씨(60)의 가게 안에는 가장 바쁜 시간인 오전 11시 반임에도 좌석 70%가 비어있었다. 김 씨는 “올 2월부터 현장이 멈춰 바쁠 땐 줄을 서던 식당의 매출이 80%는 줄었다”며 “식자잿값도 천정부지로 뛰고 현장도 멈추니 경기가 얼어붙은 게 온몸으로 체감된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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