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하려면 공부하지 마라." "잘 잊어버리는 것도 실력이다." "누워서 생각하라."
신간 <나는 누워서 생각하기로 했다>(포레스트북스)는 노학자의 현명한 생활 습관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2020년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저자 도야마 시게히코는 책에서 내내 황당해 보이는 화두를 던진다. 일본 최고의 석학이던 그가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한 속내를 들춰보면, 지(知)와 생활을 융합하라는 메시지가 읽힌다. 책에서 읽거나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그대로 두지 말고 자신의 생활과 연결지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게 진짜 지식이라는 것.
누워서 생각하라는 조언은 우리의 신체 상태가 서있거나 앉아있을때보다 누워있을 때 비로소 원활해지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체험에 따른 것이다. 밤새 책상에 앉아 학업에 몰두할 때보다 아침에 깨어나 누워서 천장을 노려보고 있을 때 수많은 영감이 번뜩인다는 게 그의 지론.
저자가 자신의 경험속에서 건져올린 지적 습관은 이러한 '역발상'에 근거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기만 하는 일은, 인간의 말을 의미의 이해없이 반복하는 앵무새와 다를게 없다는 지적에 뒤통수가 얼얼하기도 하다. 저자는 잡지를 수십년간 편집해온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인생에도 '편집'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볼품없는 잡지처럼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편집자가 돼 생활을 편집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인생을 보다 충실히 살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각자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호기심이 생기고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분야의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교토라는 도시에 대한 단상 역시 그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교토는 도쿄에 비해 작다. 그런데 도시 전체에 학자와 문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풍이 있었다. 전문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되고, 그렇게 부대끼다 보면 독특한 발상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전공은 산으로 치자면 정상 가까이에 있다. 고립되어 이웃과 교류는 꿈도 꿀 수 없다. 더 높은 곳에 이르려면 우선 기슭으로 돌아와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위쪽만 보고 있으면 기슭의 풍요롭고 혼돈된 세례를 잊기 쉽다."(110~111 페이지) 기슭에서 내가 모르는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죽을 때까지 지적으로 익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책.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