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英 총리와 무역협상 합의
영국산車 10% TQR 적용키로
30분 회동한 日이시바는 ‘빈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백악관으로 긴급 복귀하면서 유일하게 웃은 정상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됐다.
정상회의 첫날인 16일(현지시간)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해 양국 간 무역협정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서명까지 완료하면서 속전속결로 합의를 완성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회담했지만 관세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 미·영 무역협정에서 눈길을 끄는 합의 내용은 ‘저율관세할당(TQR)’의 등장이다. 저율관세할당은 정해진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적용하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부터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보통 저가 수입 농산물로부터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되던 수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수입에 연간 10만대까지 10%라는 낮은 관세율을 설정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업계는 교역국 간 수입 물량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인 저율관세할당을 자동차 품목에 적용한 사례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에 높은 상호관세와 품목관세로 협박한 뒤 저율관세할당을 선심 쓰듯 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도 미국 측 요구를 영국이 충족하면 최혜국대우 관세율을 적용하고 할당량을 설정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의 양보에 화답해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와 에탄올, 스포츠 장비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보잉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회담한 이시바 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매우 솔직한 논의를 했다”면서도 “여전히 양측 인식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 남아 있고, 패키지 전체로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합의 시기에 관한 질문에 “언제까지라고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어디까지 (협상이) 진전됐는지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언급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워싱턴 = 최승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