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압승을 예측한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 이후에도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킨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안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조직원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도리"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4일 한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 이후 개표 상황실을 떠났을 때도 자리를 지킨 것과 관련 "저는 제가 만든 회사 안랩이나, 교수로 일했던 대학, 지금의 정당까지 평생 조직 생활만 한 사람"이라며 "원래 조직이라는 것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겪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후보가 올 때까지는 자기 자리를 지키고, 직접 후보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또 그것이 조직원으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절체절명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의힘의 재기를 위한 '3대 개혁안'도 인터뷰에서 귀띔했다.
가장 먼저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경험을 떠올리면서 '유능한 정책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인수위도 꾸려지지 않은 거대 여당은 지금 아마 정신이 없을 것이다. 제가 인수위원장 할 때 깨달은 게 내용이 너무 방대하며, 단기간에 따라잡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어 "정부·여당이 정신없고 이럴 때, 우리 당이 빠른 속도로 철저하게 모든 기준을 국민 편에서, 국가의 국익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는, '유능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동시에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책에는 철저하게 반대하는, 야당으로서 역할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개혁'을 꼽았다. 그는 "10여년 전만 해도 여의도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싱크탱크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갤럽보다 더 정확한 여론조사 기관으로 다시 거듭나고, 제대로 된 선거 전략을 짜는 진정한 싱크탱크로 거듭나게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했다.
세 번째로는 정당의 이미지를 하나의 공익기관처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정당 보조금이 다 세금인데, 국민께서 그걸 '정당이 다 쓴다'고 생각하지 않게, 공익적인 정당으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전 국민 대상으로 무료로 '정치 강좌', 'AI(인공지능) 강좌' 등을 개설해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가끔 폭우 쏟아졌을 때 정치인들이 자원봉사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며 "정당이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의 하나의 공익·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안 의원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배경에는 차기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안 의원이 내놓은 3대 개혁안이 꽤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그런 해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안 의원은 '당권 도전'에 관한 질문에 "아직 당장은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3대 개혁안은 "거창하게 말해 3대 개혁안이지, 사실 선거를 치르면서 느꼈던 우리 당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 차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