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뛰어든 은퇴자 늘었는데…'406조 빚' 공포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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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부채가 400조원을 넘어섰다. 10년 전에 비해 네 배 넘게 늘었다. 은퇴 후 안락한 노후를 누리는 대신 빚을 최대한 끌어와 자영업 전선에 뛰어드는 고령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빌린 돈의 상당 부분은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회사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충격으로 고연령 자영업자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 부문 자산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60대 이상

한국은행이 24일 발간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40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말 약 96조원에서 네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은퇴자들이 퇴직금과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지자 빚을 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0대 이상 자영업자가 끌어다 쓴 빚이 올 1분기 기준 406조원으로, 10년 새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 시내 한 식당 주인이 점심 장사를 마친 뒤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한경DB

60대 이상 자영업자가 끌어다 쓴 빚이 올 1분기 기준 406조원으로, 10년 새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서울 시내 한 식당 주인이 점심 장사를 마친 뒤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한경DB

전체 자영업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6.7%에서 41.2%로 14.5%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자영업자 10명 중 4명은 6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주로 오피스텔 임대 등 부동산업(39.4%), 특별한 기술 없이도 진입하기 쉬운 도소매업(14.9%) 등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고연령 자영업자가 비은행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돈은 2015년 말 23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167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고연령 자영업자 대출의 36.7%에 달한다.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 자영업자 차주의 56.1%가 60대 이상이었다.

한은은 “고연령 자영업자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득 기반이 취약한 반면 부채 부담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구 고령화와 은퇴 이후 자영업 진입 등이 맞물리며 이 같은 취약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경영 여건 악화 시 상환능력이 빠르게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주택 관련 대출 3.8% 급증

한은은 또 수도권 집값 상승과 주식시장 ‘빚투’(빚내서 투자)가 금융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급증했다. 2022년 1분기(5.4%) 후 최고 증가율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주택 거래가 늘어나며 주택 관련 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영향이다. 국내 증시 급등세로 빚투가 증가하면서 같은 기간 기타 대출도 2.5% 불어났다.

월평균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4분기 2조7000억원에서 올 1분기 3조원, 4월 3조5000억원, 5월 9조3000억원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중장기적 금융 시스템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 1분기 기준 46.0을 기록했다. 장기 평균(45.7)을 웃도는 수준으로 2022년 4분기(46.5) 후 최고치다.

한은은 “특히 최근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신용융자와 신용미수 등을 활용한 주식 매수가 이어져 지난해 말 이후 확대된 가계 기타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식 투자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차입 매수세가 커지면 주가 조정 때 주가 변동폭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목적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기업 부문도 양극화 뚜렷

취약 차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가계 취약 차주 비중은 6.7%로 지난해 3분기 말(6.4%) 대비 0.3%포인트 높아졌다.

기업 부문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지난해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5.4배로 개선됐지만 중소기업은 -0.4배에 그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보고서를 주관한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는 가운데 경제 전반의 양극화 심화가 금융 안정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정책 대응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양극화 해소와 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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