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고객 수신 4조 증가…이호성 '단골 공략'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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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일반적으로 거래액이 큰 고객과 신규 고객을 우대한다. 은행 간 경쟁도 주로 이런 고객을 선점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거래 기간이 긴 고객은 계좌 이체나 대출 등 다양한 상품과 연결돼 특별한 혜택이 없어도 이탈할 가능성이 작다. 은행권에서 장기 고객은 상대적으로 우대 대상에서 소외돼 온 이유다.

‘영업통’인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발상을 전환했다. 이 행장은 취임 후 10년 이상 장기 고객까지 우수 고객으로 재정의하고 이른바 ‘단골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행장의 특별 지시에 따라 새로 VIP 혜택을 받은 하나은행 고객만 470만 명에 달한다. 은행권에서 보기 드문 이 행장의 시도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 장기 고객 수신액 대폭 증가

17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10년 이상 장기 고객의 수신 금액은 총 15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49조8000억원) 대비 4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0년 이상 장기 고객 수신 금액이 총 3조8000억원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올 들어 오름세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장기고객 수신 4조 증가…이호성 '단골 공략' 통했다

이 행장이 취임한 뒤 지난 2월 새로 생긴 ‘하나더퍼스트’ 프로그램 효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하나은행은 거래액에 따라 하나 VIP, VIP, 하나 패밀리, 패밀리로 구분해 고객을 관리했다. 여기에 10년 이상 장기 고객을 ‘하나더퍼스트’라는 등급으로 새로 지정했다. 거래액과 상관없이 충성 고객을 VIP 고객으로 분류한 것이다.

단골 고객을 위한 전용 혜택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하나더퍼스트 고객이 영업점에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곧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창구 모니터 알림 체계를 구축했다. 영업점에서 단골손님을 먼저 우대하는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하나더퍼스트 고객 전용 적금 금리 우대 쿠폰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스포츠 경기 초청권과 연말 달력 선물, 하나은행 입점 건물 무료 주차 혜택 등도 마련했다.

◇ 내부 평가 지표 개선도

하나더퍼스트는 그룹 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히는 이 행장이 직접 지시한 것이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 중앙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부행장) 등을 거쳤다. 오랜 기간 영업 현장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장기 고객 관리의 중요성을 체감했다는 전언이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과 10년 이상 거래를 이어온 장기 고객이야말로 은행의 기반이자 핵심 자산이라고 보고 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유지되면 은행의 영업 기반이 단단해지고,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영 철학이다. 이 행장은 지난 4월 하나더퍼스트 고객들에게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 전달하기도 했다.

이호성표 ‘손님 중심 경영’ 기조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게 하나은행의 구상이다. 하나은행은 조직 개편과 내부 평가 지표도 개선했다. 올해 초 손님관리시스템부를 신설해 체계적인 고객관리 프로세스를 정립했다. 핵심역량지표(KPI)도 손님 관련 평가 배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실적 중심의 영업 방식을 고객 만족도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거래액에 무관하게 거래 기간만 따져 고객 우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하나은행이 유일하다”며 “장기 거래 고객의 수신 규모가 늘고 이탈률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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