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까마득히 오래전일 테지만 이런 상상 해본 적이 있지 않은가. 보고 듣고 말하는 나무 말이다. 움직이는 게 자유롭지 못할 뿐 감각은 얼마든지 살아 있는 나무. 그렇다고 어떤 위협을 가하거나 위악을 떤 적은 없다. 감히 거기까지는 연결할 수 없었단 얘기다. 항상 아낌없이 내주기만 하는 ‘착한 나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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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아 ‘금은빛 입추’(2024 사진=메타갤러리 라루나) |
그런데 작가의 생각은 좀 다른가 보다. 눈으로 감시하고 입으로 평가하는 나무들을 표현했다고 하니까. ‘금은빛 입추’(2024)라는 서정적 작품명에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20대 젊은 작가 윤송아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 그 힘의 불균형이 만든 풍경을 그린다. 좀 더 세밀하게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불안과 고독”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울창한 나무군락이 놓인 ‘숲’, 그 안에 박혀 잘 보이지도 않는 ‘소년’이 작가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인데. 숲은 거대한 사회나 공동체를, 소년은 그 안에서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개인을 상징했다는 거다.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나무들 사이를 배회하는 소년의 바람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거라고.
장지에 색을 입힌 동양화라는 게 의심스러울 만큼 무게를 뺀 밝고 화사한 색감이 작가의 장기다. 늘 자연에게 밀렸던 사람을 작품의 중심에 세우면서 동양화가 가진 전통적인 세계관도 바꿔버렸다. ·
9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85길 메타갤러리 라루나서 여는 개인전 ‘숲 속의 소년’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33×55㎝. 메타갤러리 라루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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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아 ‘녹색 정원’(2025), 장지에 분채, 72.7×116.8㎝(사진=메타갤러리 라루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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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송아 ‘자줏빛 시선’(2024), 장지에 채색, 72.7×72.78㎝(사진=메타갤러리 라루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