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 나선 유럽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독일
덴마크 이어 공휴일 축소 추진
그리스는 주6일 근무제 도입
짧은 근로시간, 강력한 노조를 바탕으로 '노동자 천국'이라고 불리던 유럽이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며 저성장 위기에 빠지자 근로시간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에서 근로시간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경제 역성장의 늪에 빠진 독일이다. 지난 5월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우리는 더 많이, 무엇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며 "주4일제 근무, 일과 삶의 균형만으로는 국가의 번영을 유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메르츠 총리와 집권 기독민주당(CDU), 기독사회당(CSU) 연합 등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는 노동개혁에 착수했다. '하루 최대 8시간'으로 정한 기존 법정 근로시간 대신 유럽연합(EU) 기준인 '주당 48시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은 경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휴일을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휴일을 하루 줄이면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50억유로, 최대 86억유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근무일을 하루 늘릴 때마다 연간 GDP가 최대 0.2% 증가하는 셈이다.
독일은 근로시간이 주요국 중 가장 짧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독일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1343시간으로 해당 통계를 집계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OECD 평균 1752시간에 비해 23% 낮고 1위인 멕시코(2207시간), 6위인 한국(1872시간)보다 각각 39%, 28% 적은 수치다. 독일은 경제성장률이 2023년 -0.3%, 지난해 -0.2%로 21년 만에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덴마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늘어난 국방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공휴일 일부를 폐지했다. 덴마크 연립정부는 부활절 이후 네 번째 금요일인 대기도일(Great Prayer Day)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추가 재정을 국방 예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EU 국가 중 처음으로 주 6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그리스 정부는 2023년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 직원들이 하루 2시간 추가 근무나 8시간 추가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새 노동법을 마련하고 지난해 7월부터 시행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유럽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서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GDP 격차 중 28%가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제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