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사력과 北 핵 고려할 때
유럽 방위비 지출 속도∙수준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상식
아태 동맹국 안보 이익에 부합”
美, 국방비 지출 확대 요구할수도
상황∙재정 고려 안해 현실성 낮아
정부 “美요구 단기간 반영 불가능”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사가 보낸 관련 질의에 “유럽 동맹들이 미국의 동맹, 특히 아시아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어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아시아 동맹국에 한국도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그는 “중국의 막대한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지속적인 핵 및 미사일 개발을 고려할 때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의 방위비 지출 속도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상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새롭게 요구하는 국방비 증액이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미국 측 입장은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상원 군사위원회의 2026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다음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공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나토가 국방지출 확대 노력을 하면서,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우리의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로운 기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기조연설에서 중국·북한 등의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 지역 동맹국들이 유럽과 마찬가지로 GDP 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헤그세스 장관의 잇단 발언을 감안하면 미국은 주요 다자외교 무대나 양자회담 등을 통해서 동맹국들에 급격한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한 공산이 크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각각의 동맹국들과 체결한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개정해 주둔비용을 늘리는 것보다 각국에 일률적으로 동일한 ‘5% 기준’을 제시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이 동맹국들에 요구하려는 잣대가 나라마다 제각각 다른 상황과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최근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도 일본에 이어 세계 10위권 수준의 국방비를 쓰고 있다. 한국보다 국방비 지출 규모가 큰 나라는 미국·중국·러시아·독일·인도·영국·프랑스 등 주요 강대국들을 제외하면 우크라이나 등 현재 전쟁 상태인 국가밖에 없다. 한국은 GDP 규모가 약 2.5배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에도 엇비슷한 수준의 국방비를 투입하고 있다.
당장 2025년도 한국의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GDP의 2.32% 수준이다. 이를 산술적으로 GDP의 5%에 맞춘다면 국방예산을 약 132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이는 국내 재정 및 안보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은 여러 국내 사정을 반영한 예산구조가 있고, 예산을 확정하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가 있다”면서 “(미국이) 몇 퍼센트를 올려달라고 해서 단기간에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빠듯한 상황에서도 정부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웃도는 국방예산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가용한 범위 내에서 북한 등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국방비를 계속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 윤원섭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