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보다 많은 ‘5700만명’ 투약분…코카인 운반 선원 징역 20년

1 day ago 4

철제구조물 만들고, 휴대전화로 코카인 촬영해 전송
아르헨티나에서 붙잡힌 뒤 국내로 송환돼 재판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뉴스1 DB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뉴스1 DB
대한민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5700만 명분의 코카인 1690㎏ 밀반입을 도운 필리핀 국적 선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이은혜)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혐의로 기소된 A 씨(55)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월 초 중남미 마약 카르텔 조직원들과 공모해 중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을 화물선 L호에 싣고 동남아시아와 한국 등으로 운반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마약 운반 대가로 18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페루 인근 공해상에서 코카인을 실은 보트 2척과 접선해 1㎏ 단위로 포장된 코카인 1690개를 L호로 옮겨 실었다.

하역 작업을 준비하는 역할도 맡았다. A 씨는 공범으로부터 “마약을 하역할 구조물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파이프를 이용해 코카인 자루를 바다로 쉽게 내릴 수 있는 철제 구조물을 제작했다.

또 마약상들의 지시에 따라 코카인이 제대로 보관돼 있는지 확인하고, 적재 상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영상을 전송하기도 했다.A 씨는 L호가 강릉 옥계항에 정박하기 전 충남 당진항에서 하선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돼 구금됐다가 같은 해 10월 국내로 송환됐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범행의 중대성과 죄책,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경위, 가담 정도, 취득한 이익 등을 보면 A 씨는 마약 운반 과정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해 4월2일 오전 6시30분쯤 옥계항에 정박한 L호에 다량의 코카인이 숨겨져 있다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의 첩보가 해양경찰청과 관세청에 전달되면서 본격화됐다.

해경과 관세청은 사전 작전회의를 거쳐 L호 입항 당일 해경 59명과 관세청 직원 31명, 마약탐지견 2마리 등 90여 명을 투입해 선박 전체를 정밀 수색했다.

수색 과정에서 선박 격벽 안쪽의 은밀한 공간에 숨겨진 코카인이 발견됐다.

적발된 코카인은 1㎏ 단위 1690개로 순수 코카인 무게만 1690㎏에 달했다. 포장재를 포함한 전체 무게는 1988.67㎏으로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이를 약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추산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넘어서는 규모다.

앞서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필리핀 선원 4명은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12년, 징역 5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춘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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