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슨 사령관 발언에 언론의 관심이 높았던 것과 달리 군 내부에선 조금 다른 분위기가 읽혔다. 군 일각에선 언론이 브런슨 사령관의 한마디에 과도한 관심을 가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양국 정상의 정치적인 결심이 필요한 사안으로, 브런슨 사령관이 전작권 전환 시기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텐데 과잉 의미 부여를 한다는 비판이었다.
이 같은 지적에 일리는 있다. 한미 양측 최고 지휘관이 전작권 전환 목표 시기를 언급해도 양국 정상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만 국내 언론이 어떤 이유로 브런슨 사령관 말에 귀 기울이게 됐는지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고, 국무회의 등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전작권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문제는 대통령이 역점을 두는 핵심 국정과제임에도 전작권 전환 문제를 담당하는 주무 부서인 국방부 국방정책실은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부 국방정책실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현재까지 1년 가까이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언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의 백브리핑을 연 적이 없다. 국방정책실은 국가 안보 현안에 관한 국방정책의 수립 협조, 조정 등의 업무를 하는 핵심 부서다. 전작권 전환 등 현 정부의 안보 관련 핵심 과제에 대해 언론에 가장 정확하면서도 미 측에 외교적 결례를 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부서이기도 하다.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핵심 부서가 선제적으로 해당 과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내놓으면 이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우리 군의 설명이 부족한 현재 상황은 관련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풀어내는 미 측으로 관심이 쏠리게 한다. 이는 전작권 전환을 다루는 보도의 주어가 ‘미군’이나 ‘브런슨 사령관’이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브런슨 사령관이 ‘2029년 1분기’와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에도 국방정책실의 설명은 없었다. 이 같은 침묵은 전환 조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이를 무리하게 앞당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기 좋은 토양이 됐다.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 대한 현 정부의 메시지와 실제 군사적 준비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실제로 군 내부에서는 정량적 조건은 상당 부분 충족됐고,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만 거치면 2028년 이전 전환도 가능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평가를 뒷받침해 줄 당국 차원의 설명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국민에게 관련 정책을 알릴 가교 역할을 할 언론에 대한 설명 부족은 실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 충족 진척도와 외부 인식의 간극을 더 벌어지게 만들기 마련이다. 구체적 시기를 언급한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정설처럼 확대 재생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왜 자꾸 우리가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어가 어려울 것 같은 불안감을 갖나”라며 “그런 오해나 불안감이 생기지 않게 잘 알려야겠다”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과의 전작권 전환 논의 과정을 ‘실시간 중계’하듯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다. 이는 오히려 미 측에 협상의 주도권을 뺏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 군의 방어 역량이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 등 조건 충족 상황을 중심으로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안보 불안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미 측이 전작권 전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우리 측이 매우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 등으로 침묵을 이어 가는 건 결정적 패착이 될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의 카운트다운이 코앞까지 온 지금, 침묵은 금이 아니다.
손효주 정치부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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