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 울린 ‘즐거운 나의 집’[이은화의 미술시간]〈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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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막사 앞에서 음악을 듣고 있다. 한 사람은 먼 곳을 바라보고, 다른 한 사람은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총성도 포연도, 치열한 전투 장면도 없다. 미국 화가 윈즐로 호머가 1863년에 그린 ‘즐거운 나의 집(Home, Sweet Home·사진)’이다. 호머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1∼1862년 삽화가로서 병사들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그림 속 두 남자는 북군 보병이다. 천막 앞 작은 냄비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양철 접시 위에는 딱딱한 군용 비스킷이 놓여 있다. 거친 전장 속 두 군인은 멀리서 들려오는 군악대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우리에게도 익숙한 ‘즐거운 나의 집’의 원곡이다. 영국 작곡가 헨리 비숍의 곡에 미국 극작가 존 하워드 페인이 가사를 붙인 이 노래는 1823년 오페라에 삽입되며 널리 알려졌다. 남북전쟁 중에는 향수병을 자극해 탈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한때 연주가 금지됐지만, 북군 장군 넬슨 마일스의 회고에 따르면 양측 군악대가 대치하다가도 한쪽에서 이 곡을 연주하면 모두가 따라 연주하곤 했다. 서로 총을 겨눈 적이었지만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같았던 것이다. 호머는 병사들을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았다. 노래를 들으며 고향을 떠올리는 평범한 인간으로 그렸다. 군복 아래에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 남편인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집을 아름답게 노래한 페인은 평생 가정을 이루지 못한 채 타국에서 외롭게 생을 마쳤다. 끝내 갖지 못한 집에 대한 그의 갈망은 전장의 군인들이 품었던 향수와 다르지 않았을 터다. 그림 속 두 군인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평온한 집과 무사한 하루가 누군가의 헌신 위에 놓여 있음을 새삼 일깨운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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