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이젠 완벽함보단 나만의 음악 추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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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이젠 완벽함보단 나만의 음악 추구해야죠"

“동생이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이라니,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에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려다보시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사진)는 18일 서울 통인동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경화는 1967년 미국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클래식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바이올리니스트다. 그가 기자간담회를 연 건 7년 만이다. 오는 11월 7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 공연을 앞두고 바이올린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네기홀은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그가 활약하던 무대다. 이 무대에 정경화가 오른 건 2017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번 공연에선 정경화가 “영혼의 동반자”라고 부르는 케빈 케너와 슈만, 그리그, 프랑크 등의 낭만주의 작품을 연주한다. 케너는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피아니스트다. 정경화는 “카네기홀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섬세하게 끝까지 전달하는 공연장”이라며 “금실 같은 현의 한 올 한 올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겠다는 제 꿈을 실현시킨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듀오는 미국 우스터·프린스턴,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미국행에 앞서 21일 경기 고양, 24일 서울, 26일 경남 통영 등에서도 공연한다.

정경화는 동생인 정명훈과 무대에 오른 경험에 대해서도 말했다. 정명훈은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악단으로 불리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에서 2027년부터 음악감독을 맡는다. 동생의 감독 선임에 대해 정경화는 “지휘자는 음악인 100여 명을 관리하고 노래와 악기도 할 줄 알아야 하는 가장 힘든 음악인”이라며 “동생 소식에 (제 자신이)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듀오 공연을 펼치는 케너에 대해선 끝없는 신뢰감을 드러냈다. 정경화는 “제가 즉흥적이고 직감적이라면 케너는 생각이 많은 학자 같은 사람”이라며 “성향이 다른 둘이 음악 해석을 나누면 균형감이 잘 맞아 흥미로운 음악이 나온다”고 말했다.

나이 일흔일곱이 된 지금 정경화는 젊었을 때처럼 좌중을 휘어잡거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대신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는 데 집중한다고. 그는 “미국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가 끝까지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에 기가 막힌 그림을 그렸다”며 “젊은 음악인 중에선 임윤찬이 비슷한 걸음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데뷔 60주년을 맞는 2027년엔 슈만의 다른 곡들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젊었을 땐 슈만에 대해 잘 몰랐는데 케너가 치는 슈만 연주가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기력을 길러 내년엔 슈만의 다른 곡들을 조금씩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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