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화학 앞세워 원료의약품서 첨단소재로'…파미셀·국전 변신은 무죄?[용호상박 K바이오]

5 days ago 11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원료의약품(API) 사업에서 축적한 정밀화학 역량을 앞세워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전자소재 등 첨단 산업용 소재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로 출발한 파미셀(005690)은 API 생산에서 전자소재, 난연제 등 산업용 정밀화학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국전(307750) 역시 원료의약품 사업을 기반으로 최근 반도체·전자소재 등 첨단소재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 모두 제약용 정밀화학 역량을 산업용 소재 시장으로 옮겨 심으려 한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파미셀, 줄기세포 기업서 AI 소재로…실적도 고공행진

파미셀은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를 제조·판매하는 바이오기업으로, 2012년 12월 아이디비켐을 인수한 뒤 원료의약품과 전자소재 등 산업용 정밀화학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는 진단키트 원료인 뉴클레오시드 판매가 실적을 견인했다면 최근에는 두산 전자BG에 저유전율 소재를 독점 공급하며 엔비디아 관련주로 재평가받고 있다.

파미셀이 생산하는 저유전율 전자소재는 AI 가속기와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 기지국 안테나 등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에 적용된다. 특히 해당 소재는 엔비디아(NVIDIA)의 블랙웰(Blackwell)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 제조에 전량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파미셀의 저유전율 전자소재 매출도 구조적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제로 파미셀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1141억원으로 전년 대비 75.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43억원으로 637.5% 급증했다.

이 중 저유전율 전자소재를 생산하는 바이오케미컬사업부 매출은 111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7%를 차지했다. 저유전율 전자소재 매출만 놓고 보면 647억원으로 전년 297억원 대비 118% 늘었다. 이는 직전 연도 파미셀 전체 매출 648억원에 맞먹는 규모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파미셀의 1분기 매출은 365억원으로, 이 중 바이오케미컬사업부 매출이 360억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98%를 차지했다.

저유전율 전자소재 매출은 26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1%에 달했다. 지난해 저유전율 전자소재 연매출 647억원의 40%를 한 분기 만에 달성한 셈이다.

수익성 개선도 두드러진다. 파미셀의 1분기 영업이익은 131억원, 영업이익률은 35.7%에 달했다. 최근 3년간 연간 영업이익도 △2023년 13억원 △2024년 47억원 △지난해 343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3% △7.2% △30.1%로 상승했다. 원료의약품 기반 정밀화학기업이 AI 전자소재 수요와 맞물리며 고마진 소재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파미셀 관계자는 "AI 가속기 등 첨단 장비용 저유전율 전자소재 수요가 지속 증가하면서 이익률도 개선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요 고객사와 신뢰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 준공 예정인 제3공장을 통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지속 성장 기반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전 충북 음성 전자소재 공장 (사진=국전)

국전은 이제 시작…'약품' 떼고 첨단 소재로 승부수

국전은 아직 첨단소재 사업 확장이 본격적인 실적으로 확인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관련 인프라와 고객사 검증 기반을 구축하며 사업화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국전은 50여 년간 원료의약품(API) 사업에서 축적한 합성·정제·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반도체·전자소재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분야로 외연을 넓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전은 2021년 경기도 화성에 소재기술연구소를 신설하고 2023년에는 충북 음성군에 500억원을 투입해 전자소재공장을 구축했다. 해당 공장은 국전이 50년간 축적한 API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이차전지 전해액 첨가제,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소재 생산을 겨냥한 거점이다. 현재 국전은 AI용 반도체에 적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용 고순도 기능성 첨가제, 대전방지제, OLED 공통층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국전이 강조하는 핵심으로 케미컬 토털 솔루션(CTS) 역량이 꼽힌다. 국전은 단순히 특정 원료를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질의 합성, 정제, 스케일업, 양산까지 일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국전은 제약용 원료의약품 생산에서 요구되는 고순도 공정과 품질관리 역량을 반도체·전자소재 분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전은 현재 파미셀에서 매출을 내고 있는 저유전율 소재 분야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고객사 역시 AI 반도체 패키징·기판 소재 개발사로 고객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 뒤 개발 방향에 맞춰 스페셜티 소재 개발부터 양산 프로세스까지 함께 구축한다. 이러한 구조가 파미셀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국전 측은 설명했다.

다만 국전의 전자소재 사업은 아직 숫자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반도체·전자소재는 고객사 확보, 양산 안정성, 공급망 진입까지 시간이 걸리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국전 역시 관련 사업의 실적 기여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보고 있다. 현재 국전의 관전 포인트는 정밀화학 역량이 실제 고객사 확보와 매출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이선우 국전 소재기술연구소장(이사)은 "반도체 소재는 고객사 신뢰와 양산 안정성 확보에 긴 호흡이 필요한 산업"이라며 "지금은 실적보다 기술 검증과 공급망 진입이 중요한 시기이며 고객사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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