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생물가 강조에…전기·가스요금 인상 논의도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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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민생물가 대책 주문 여파로,
6월 에너지 요금 조정 논의도 어려워져
재무위기 빠진 한전·가스公 정상화 난망
'에너지 고속도로' 등 공약 차질 우려도

  • 등록 2025-06-12 오전 5:00:00

    수정 2025-06-12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물가 관리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에너지업계가 논의해온 전기·가스요금 인상 논의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는 올여름 에너지요금 인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앞으로의 요금 현실화 시점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서울 용산구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력량계 모습.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1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 당국과 공기업은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에 대한 정기 조정 논의를 시작했다.

전기요금은 전기 판매를 도맡은 공기업 한국전력(015760)공사가 매 3·6·9·12월 조정안을 만들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부가 전기위원회 심의와 함께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 후 이를 인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한국가스공사(036460) 역시 통상 매 짝수달 말 비슷한 형태의 논의를 거쳐 도시가스 요금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달 논의에선 에너지 요금 조정이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재명 정부가 이제 막 출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요금은 공공성이 큰 만큼 역대 모든 정부가 정권 초 요금 현실화 논의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더욱이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대책반(TF) 회의에선 “라면 한 개에 2000원도 한다는데 진짜냐”라며 민생물가 대책을 주문한 만큼 이번 에너지 요금 인상 논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에너지 요금 인상 불가피론을 언급한 바 있지만, 당장은 손대기 어렵다는 전제를 달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문제는 한전과 가스공사가 2022년 전후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충격을 떠안으며 얻은 막대한 채무 탓에 재무위기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그동안 쌓인 약 31조원의 누적 적자와 이자비용 탓에 부채는 205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가스공사도 받지 못한 민수용 미수금이 14조원까지 불어나면서 44조원의 부채를 끌어안고 있다. 이들 기관이 매년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만 연 5조원 이상이다. 에너지요금 현실화 없인 새 정부의 공약인 공공기관의 재무관리 강화를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중심의 ‘에너지 고속도로’ 이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전은 2038년까지 현재 계획된 전력망 구축에만 72조 8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의 공약인 동·서·남해를 ‘U’자 형태로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현실화하려면 이보다 더 큰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발전 단가가 낮은 석탄·가스화력발전 전력을 2~3배 비싼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으로 대체하는 것도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를 부양하면서 동시에 물가를 잡으려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물가 통제를 이유로 정부가 공공요금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경기 진작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동시에 물가 안정을 추진하는 건 모순”이라며 “한전은 (한전법에 따라) 채권 한도 발행이 제한돼 있고 2027년이면 한시적으로 늘려놓은 한도도 다시 줄어드는 만큼 그 이전까지 한전 누적적자를 어떻게 해소할 지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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