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닉스 제습기, 위니아 김치냉장고, 캐리어 공기청정기….
한때 삼성전자, LG전자와 맞상대한 국내 중견 가전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쿠팡,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들이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산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쏟아낸 탓이다.
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 국내 제습기 1위였던 위닉스는 지난해 59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2020년 520억원에 이른 영업이익은 중국산 PB 제품 침공이 본격화하면서 급감했다.
위니아도 2021년까지 연간 4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23년 2812억원 적자를 내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 삼성·LG와 함께 ‘3강 체제’(2017년 22%)를 구축했던 오텍도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초저가 공세에 맞설 수단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위닉스가 잃은 제습기 시장 점유율을 중국이 가져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쿠팡 PB ‘홈플래닛’ 제습기 가격은 19만9000원으로 위닉스의 동일 사양 제품(18L·36만원) 대비 40% 저렴하다. 쿠팡 제습기 제조사는 중국 광둥 지역에 기반을 둔 파르쿠일렉트릭이다. 위닉스, 위니아 등이 꽉 잡았던 1~2인 가구용 중소형 세탁기 부문도 하이얼, 미디어 등 중국 업체의 10만~20만원대 제품에 넘어갔다.
일부 중소·중견 기업은 사실상 중국 제품 수입업체로 변신했다. 국내 PC 제조사 주연테크와 한성컴퓨터는 모니터 제품 대부분을 중국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에서 수입한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