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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정원 (사진=제주관광공사) |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제주가 유니크베뉴를 앞세워 마이스(MICE) 산업의 ‘질적 전환’을 꾀한다. 자연과 문화를 융합한 유니크베뉴를 중심으로 한 회의와 행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공공 인센티브 중심이던 제주의 마이스산업을 민간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복안이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유니크베뉴를 활용한 마이스 행사는 34건, 참가자 5281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37건, 5379명)을 넘어선 성과이며, 2022년 19건(1811명)에서 3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과거 제주 마이스 산업은 대형 호텔과 리조트 중심의 하드웨어 기반 구조였다. 회의와 숙박은 가능했지만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는 적어 마이스 산업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제주가 유니크베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지금까지의 구조를 바꾸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주의 자연과 예술, 문화공간을 마이스 산업의 무대로 끌어들여 산업의 무게를 공간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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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리프 (사진=제주관광공사) |
이 흐름에 맞춰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유니크베뉴의 전략적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유니크베뉴 16곳과 마이스 관광상품 5개를 새로 선정해 발표했다. 더 클리프, 9.81파크, 루나폴, 본태박물관, 생각하는 정원, 스누피가든 등 문화·체험형 공간 13곳과 씨에스호텔앤리조트, 제주신화월드, 해비치호텔앤리조트 등 호텔 3곳 등이다. 선정된 곳은 2026년까지 유니크베뉴 자격을 유지한다.
선정 과정에서는 단순히 공간의 독특함이 아니라 운영 주체의 행사 유치 의지와 콘텐츠 역량이 핵심 기준으로 평가됐다. 조진훈 제주관광공사 마이스뷰로팀장은 “유니크베뉴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제주의 스토리와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양적 확대보다 질적 성장을 중심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새로 선정된 마이스 관광상품 5개는 회의와 인센티브 투어 참가자를 위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오름 트레킹, 로컬푸드 쿠킹클래스, 예술공방 체험 등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팀빌딩 프로그램과 접목해 체류기간과 소비 확대를 노린다.
이번 유니크베뉴의 선정이 마이스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과제도 남아 있다. 공공 인센티브 중심의 지원 구조로는 자립이 어렵고, 소규모 시설의 전문 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유니크베뉴 중에는 외국어 서비스나 안전관리 등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곳이 있는 만큼 체계적 인력 양성과 컨설팅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교통·숙박·체험 간 연계를 강화해 행사 이후 지역 소비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이터 기반 ‘마이스-관광 통합 플랫폼’ 구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관광공사는 향후 전문 교육, 컨설팅, 국내외 박람회 공동 참가 등 종합적 지원을 통해 유니크베뉴의 자생적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조 팀장은 “유니크베뉴가 단순한 회의장이 아니라 제주의 스토리와 문화를 함께 전달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며 “제주의 정체성을 살린 공간이 기업 행사와 연결될 때 진정한 지역 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