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연락해 왔어요.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해스텐스에 누운 뒤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요.”
173년 전통의 스웨덴 왕실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를 운영하고 있는 얀 리데 오너 겸 CEO를 최근 스웨덴 셰핑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만났다. 한국 언론과의 첫 대면 인터뷰라는 그는 한국 기업인과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해스텐스 ‘2000T’ 모델을 사용한다는 그 기업인은 “평소 스트레스가 많고 압박감에 시달리는 삶을 살았는데 해스텐스 덕분에 수면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얀 CEO에게 감사를 전했다고 한다. 5대 경영인인 그는 외부 투자 없이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두 아들도 이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다음은 얀 CEO와의 일문일답.
▷해스텐스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완벽함을 넘어서는 완벽함’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해스텐스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많지만 ‘수면에 대해 그동안 당신이 몰랐던 걸 깨닫게 된 순간’이 바로 해스텐스를 접했을 때의 느낌이라는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숙면의 중요성, 완벽한 휴식을 위한 완벽한 침대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기업은 생산 효율과 판매 확대를 중시합니다. 가격 대비 좋은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죠. 물론 그런 시장도 존재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창업주는 스웨덴 왕실에 말 안장을 납품하는 마구 제작 장인이었어요. 그 장인정신과 수공예 기술이 대대로 이어져 왔죠. 진정한 걸작, 명품은 최고의 재료와 장인정신이 만났을 때 완성됩니다.”
▷해스텐스를 선택하는 이유가 장인정신인가요.
“네, 우리의 의도는 해스텐스의 진정한 가치, 즉 엄선된 소재와 장인정신으로 만들어 낸 최고의 침대를 전달하는 데 있어요. 천연소재를 고집하는 것은 천연소재만이 최고의 수면 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생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소재가 얼마나 비싸든 그런 조건 때문에 타협하지 않습니다.”
▷해스텐스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삶을 바꾸는 브랜드라고 정의했습니다.
“맞습니다. 숙면한 뒤엔 최고의 하루를 보낼 수 있어요. 나 자신에게 진정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로 숙면을 선택하는 겁니다. 잠을 제대로 자야 신체 회복과 근육 생성, 기억력 향상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연구가 많죠. 침대는 단순히 인테리어를 위한 가구가 아니에요. 건강한 삶을 위한 투자입니다.”
▷<사업이 사랑일 때(When Business is Love)>라는 책을 냈는데요.
“이 철학은 해스텐스 제작 공정, 경영 전반에 모두 적용됩니다. 해스텐스는 브랜드와 제품, 고객에 대한 사랑을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좀 더 나은 제품을 위해 끊임없이 개발하고 연구하죠. 오랜 기간 공들인 2000T는 1978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어요. 그것이 비즈니스에서 사랑의 의미죠. 우리가 가진 세계 최고의 지식과 기술로 최상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소비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1988년 해스텐스에 합류했을 때 부친께서 조언한 게 있었습니까.
“4대 경영을 맡았던 부친과 저는 오랫동안 함께 일했어요. 공동 경영을 했는데 아버지는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강조하셨죠. 모든 일에서 밝은 면을 봐야 한다고요.”
▷회사 합류 전엔 대학교수로 일했는데요.
“네, 제가 10대일 때 아버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하셨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로 일했습니다. 회사에 합류한 건 가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생겼을 때예요.”
▷5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오너로서 기업가정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게 기업가정신은 그저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가업을 잇겠다고 다짐한 제 마음가짐이기도 하고요.”
▷올해는 특별 모델도 내놨습니다.
“부친인 잭 리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00T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어요. 기존 2000T에 특별한 디자인을 더했죠.”
▷해스텐스 하면 블루체크가 떠오릅니다.
“블루체크는 기능 측면에서 도입했지만 그 자체가 최고의 침대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죠. 앞으로도 해스텐스 고유의 상징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블루체크를 변형시킨 ‘드리머’와 ‘그랜드 비비더스’ 디자인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죠.”
▷장인 교육에 공을 많이 들이겠습니다.
“네, 장인들의 수작업 교육과 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외부 전문가 강연, 워크숍도 많죠. 디지털화가 가속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손끝의 예술’을 발휘하는 해스텐스 장인의 기술은 빛을 발할 겁니다.”
▷경영을 맡은 이후 세계 매장을 크게 늘렸습니다.
“지금 수준의 품질을 이루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요. 품질을 완성했으니 세계로 나간 것이죠. 미국, 유럽,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45개국에 진출해 2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요, 더 많은 곳에 매장을 낼 계획입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판매가 가파르게 늘고 있어요.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전 세계 매장 5000개를 열어야죠.”
▷한국에서 해스텐스 인기가 높습니다.
“매우 인상적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성공한 사업가, K팝 스타, 운동선수, 전문직 종사자 등 아주 다양한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디테일과 브랜드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의 성향이 해스텐스의 가치와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죠. 한국엔 3곳의 플래그십스토어와 백화점 매장들이 있는데 추가로 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이 해스텐스에 얼마나 중요한가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한 곳이죠. 한국 소비자는 브랜드의 가치와 디자인, 품질 등 모든 면에 아주 정교한 취향을 갖고 있어요. 다들 매우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것도 특징이죠. 그래서 숙면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이 늘고 있고 우리 제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 같아요.”
셰핑=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