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 위로하고 부활절 인사 전해…할일 다 챙기고 떠난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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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투병중에도 지난달 23일 퇴원해 대외활동
부활절에 “타인의 견해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 없다” 메시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21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2025.04.21. [바티칸시국=AP/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21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2025.04.21. [바티칸시국=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정오, 부활절 다음날로 이탈리아 법정 공휴일인 ‘라 파스콰타’를 맞아 한산해진 바티칸 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 종소리가 88번 울렸다. 이날 오전 7시35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이를 의미하는 숫자다. 종소리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리는 부음이기도 했다. 전날 약 3만5000명의 신자들이 모여 가톨릭 희년(25년마다 돌아오는 은총의 해) 부활절 미사를 보던 광장에는 신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교황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기 위해서다.

● 대중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부활절에도 ‘평화’ 강조

교황은 선종 전날이며 부활절이었던 20일 미사에 약 20분간 참여했다. 또 이날 정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2층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고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 축복과 강론에도 나섰다.

당시 교황은 의자에 앉아 힘에 겨운 목소리로 “형제 자매 여러분들, 부활절을 축하합니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또 미사가 끝난 뒤에는 교황청 차량을 타고 성 베드로 광장을 둘러보면서 신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상 부활절 미사가 그가 대중들과 만난 마지막 시간이었던 것이다.

교황이 선종 직전에 어떤 메시지를 남겼는지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부활절 때 마지막으로 대중들을 만난 자리에서 평화와 포용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종교와 사상,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견해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가자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향해 “전쟁 당사자들이 전쟁을 즉시 멈추고 인질을 석방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굶주린 이들을 도와주길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또 “취약계층과 소외계층, 그리고 이민자들을 향한 경멸이 심각하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교황이 마지막으로 접견한 인물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다. 교황청 등에 따르면 그는 20일 카사 산타 마르타에서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과 몇 분간의 짧은 면담을 가졌다. 면담은 밴스 부통령의 18~20일 사흘간의 로마 방문 일정 막판에 깜짝 성사된 일정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이날 만남에서 교황이 밴스 부통령과 “이민자, 난민, 수감자 등 어려운 인도적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밴스 부통령에게 다시 한번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 퇴원 뒤 한동안 다양한 활동 펼쳐

[서울=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88세.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오전 7시35분께 자택에서 선종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해 활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8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2025.04.21.  뉴시스

[서울=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선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88세.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 오전 7시35분께 자택에서 선종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해 활동을 재개하고 있었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8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 영접 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 2025.04.21. 뉴시스
교황의 선종이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교황은 올해 2월 14일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뒤 38일간 병원에서 지내며 건강이 크게 악화됐고 큰 고비도 두 차례나 있었지만, 상태가 호전돼 지난달 23일 퇴원했기 때문이다.

두 달간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료진 권유에도, 대외 활동에 나서면서 평화 메시지도 냈다. 또 거처인 ‘카사 산타 마르타’에서 일부 업무도 처리하고 미사에도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교황은 이달 6일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병자와 의료인을 위한 특별 미사에 깜짝 등장하면서 활동 재개를 알렸다. 교황은 이날 “모두에게 좋은 일요일이 되길 바란다”라면서 메시지를 냈다. 부활절을 사흘 앞둔 ‘성 목요일(17일)’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한 교도소를 방문해 “여러분 곁에 있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활발한 활동 속에 건강을 우려했던 신자들도 한동안 안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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