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김정은, 하늘까지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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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 파주시 맞은편에 설치돼 있는 북한군 대남 확성기와 전방 초소. 북한 김여정은 선제적으로 대남 확성기 재개 카드를 꺼내 들며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북한 영화 수백 편을 봤다. 이 중 전쟁 영화가 상당히 많다. 군 관련 영화만 만드는 ‘조선인민군 4·25예술영화촬영소’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와 함께 북한 영화 제작의 양대 산맥이다. 창작의 자유가 없다 보니, 영화들이 비슷비슷하다. 가령 정찰부대 영화라면, 조장은 부상에서 완치되기 전에 병원에서 도망쳐 임무를 자원한다. 적과 마주친 정찰병들은 처음엔 총을 쏘다가 나중엔 이소룡처럼 멋진 발차기로 총을 든 적과 싸우는데, 한 번 맞아도 적은 죽는다. 전쟁 영화 열 편쯤 보면, 우크라이나에 간 북한 특수부대가 왜 떼죽음을 당했는지 쉽게 이해된다. 어려서부터 그런 영화만 보고 세뇌되면, 정신·육체 능력이 곧 전투 능력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아마 김정은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해·공군 영화는 어떤가. 가미카제처럼 함정과 비행기를 몰고 적함이나 적진에 돌진해 죽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북한군 함정과 비행기의 주 임무가 자폭인지 착각하게 만들 정도다. 모든 전쟁 영화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속 비중 있는 인물은 죽기 전에 비장한 음악 속에서 “김일성 장군 만세”를 외치고 자폭한다. 물론 지금은 ‘김정은 장군’이다. 총을 아무리 많이 맞아도 상관없다. 만세 외치기 전엔 절대 죽지 않고, 만세 외친 뒤엔 반드시 죽는다. 영화에서 자폭하는 북한 병사들은 자살 폭탄 조끼를 터뜨리기 전 비장하게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무슬림 테러범과 흡사하다. 북한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세뇌된 무슬림 테러 조직을 떠올리며 “저긴 무슬림, 여긴 ‘김슬림’”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하지만 둘은 겉보기엔 비슷해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무슬림은 순교하면 곧바로 에덴동산에 들어가 까만 눈의 처녀와 함께 극락을 누린다고 믿는다. 즉, 죽음에 대한 보상이 하늘에 있다. 그러나 북한은 살아있는 신인 김씨 일가가 보상을 내려야 한다. 김씨가 모르는 죽음은 의미가 없다. 알라는 영원한 존재이지만, 김씨는 수명대로 살다 죽는다. 북한 체제가 생긴 후 벌써 살아있는 신이 두 번 바뀌었다. 김씨 가문이 끝나거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지면 ‘김슬림’ 종교도 사라진다. 작금의 북한 위기는 이런 세뇌가 점점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주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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