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만700원 확정
지방 자영업자들 깊은 한숨
"매출 그대론데 지출만 늘어
인건비 올라 장사 접을지경"
재계 "업종별 차등제 절실"
근로자들도 고용 축소 우려
韓최저임금 10년간 80%↑
G7국가중 英·佛 다음 높아
매경DB
"늘어나는 인건비만큼 고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15일 대전 동구에서 24시 편의점을 운영하는 허 모씨(28)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허씨는 올해부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하루 절반은 아르바이트를 쓰고 나머지 12시간은 혼자 일한다. 주변에서는 무인화 편의점으로 바꾸라고 조언하지만 고령층 손님이 많고 주류 판매도 안 된다고 해 포기했다. 허씨는 "생활비라도 가져가려면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혼자 일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임금 상승은 고용 축소로 이어져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 오른 1만700원으로 결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매출은 떨어졌거나 그대로인데, 물가는 뛰고 인건비까지 인상되자 고용을 줄이는 등 역효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서 닭 육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이 모씨(43)는 "닭 손질과 포장 등 대부분 공정에 사람 손이 필요하다"며 "납품 단가는 거래처와 정해져 있어 인건비가 올랐다고 바로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 결국 사람을 덜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3.7% 인상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시간당 1만2840원"이라고 지적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정해진 근무일을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휴일 하루분의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주휴수당이 함께 늘어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이수민 씨(28)는 "바쁜 점심시간에는 3명이 일한다"며 "사장이 최저임금이 오르면 1명 정도는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해 걱정된다"고 전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 모씨(48)는 "인건비가 오르니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근무 시간을 자꾸 줄인다"며 "시간당 임금이 조금 늘어나는 것보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한 사람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마냥 기쁘진 않다"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 결정이란 경제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정책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서울 동대문시장 인근의 한 샌드위치 가게 운영자는 "임금은 시장 논리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데 왜 국가가 강제적으로 개입하는지 모르겠다"며 "영세 자영업자들 대부분이 범법자가 되거나 장사를 접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숙박·음식점업 32% 최저임금 못 줘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 세후 연 환산액은 주요 7개국(G7) 평균보다 17.9%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미만율도 금융·보험업은 6.1%, 제조업은 3.7%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숙박·음식점업은 31.6%에 달했다.
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울산상공회의소가 '최저임금에 대한 기업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에 참여한 106개 기업 중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우려되는 상황에 대해 '고용 인원 축소'가 46.2%로 가장 많았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은 경기 둔화와 인건비 부담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줄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정희 소상공인정책학회 회장(중앙대 경제학과 교수)은 "매출 정체 속에 인건비와 원재료비,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도 현금성 지원보다는 키오스크·QR 결제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을 통해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반복되는 만큼 예측 가능한 결정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성장률과 물가, 노동생산성 등을 반영한 산정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일정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업자·저소득층 타격 우려
경제계에서는 유감을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영 현실과 한계에 이른 지불 여력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은 동결됐어야 했다"며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30%를 웃도는 등 현장 수용성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도 내년에 모든 업종에 단일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영세 사업체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청년층·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숙박·음식점업 등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무산된 점도 안타깝다"고 짚었다.
반면 노동계는 2027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향후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5일 성명문을 통해 "이번 인상률이 최근 물가상승률(6월 기준 3.2%)을 웃돈다는 점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며 "그동안 누적된 실질임금 손실을 만회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서대현 기자 / 이상헌 기자 / 김진룡 기자 / 양세호 기자 /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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