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디난트 호들러의 ‘삶에 지친 사람들’(1892). 삶의 종착지에 다다른 이들의 절망과 고독, 죽음 직전의 허무를 다룬 호들러의 대표작이다. 나란히 앉힌 다섯 노인은 시공간을 함께하지만 서로 눈을 맞추거나 대화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한 수평구도를 통해 인간은 결국 죽음이란 절대적 고독 앞에 혼자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전한다. 폭 3m의 화면에 들인 인물들은 실제 사람과 거의 같은 비율로, 시각적으로는 물론 감정적으로도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열네 살이 되기 전 부모와 다섯 형제를 모두 결핵으로 잃은 트라우마가 호들러 일생의 화업에 ‘죽음’을 드리운 시작점으로 본다. 캔버스에 유성템페라, 149.7×294㎝. 노이에피나코테크(독일 뮌헨) 소장.여기, 세상이 열광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화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독하게 어긋난 운명, 고단하고 허무한 삶이었노라고 말입니다. 이데일리는 오랜 시간 ‘그림이 하는 말’을 들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와 함께 세계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천재작가들의 인생역정을 더듬습니다. 단순한 일대기를 넘어섭니다. 뜨거운 예술혼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 그 쓸쓸한 생이 한사코 밀어냈을 결정적 장면을 엿봅니다. 삶이 묻고 그림이 답합니다. 캔버스에 굽이치던 화가의 인생길 ‘화폭역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이윤희 미술평론가] “나는 그들의 슬픈 처지를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내게 자신들에 대해 말했고 나는 들었다. 그들 모두 삶에서 더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자신과 세상을 포기헸다. 벗어날 길 없는 참담한 운명에 대한 희망 없는 체념이 그들 모두의 한결같은 특징이었고, 이 동일한 감정의 결은 겉으로 그들의 몸가짐에서도 드러났다. 그것이 나를 사로잡았고 그래서 나는 그들을 그렸다.” 페르디난트 호들러(1853∼1918)는 스위스 제네바 낡은 셋집에 함께 살던 이웃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 말 안에는 그의 대표작 ‘삶에 지친 사람들’(1892)의 비밀이 거의 다 들어 있다. 그는 이웃들의 내면에서 하나의 감정, 벗어날 수 없는 운명 앞에 체념이라는 동일한 감정을 읽어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모두 다르지만 모두를 관통하는 감정은 한 가지다. 곧 다가올 죽음을 기다리는 마음. 호들러는 바로 그 마음을 그리기 위해 다섯 사람...
죽을 힘을 다해… 죽음을 견뎠다 [화폭역정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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